한동훈 “잉크 휘발” 이어...또 ‘상호·결제 시각’ 가린 업추비 영수증 낸 검찰
대검찰청이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때 쓴 특수활동비(특활비)와 업무추진비(업추비) 자료 504쪽을 시민사회단체에 추가로 제출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업추비를 지출한 가게 상호와 결제 시각을 가리고 제출했고, 첨부된 증빙자료에는 백지에 가까운 영수증도 있었다. 법무부와 검찰은 ‘법원 판결에 따라 가능한 내역만 제출했다’고 주장하지만 단체 측은 검찰이 법원 판결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뉴스타파 등은 31일 오후 대검에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임하던 2019년 10월부터 12월까지의 특활비 및 업추비 자료 504쪽을 수령했다. 단체가 1차로 6805장을 제출받은 지 39일 만이다.
단체는 대검이 당초 2023년 4월분까지 공개하기로 해놓고 3개월치에 불과한 특활비·업추비 자료만 제출했다며 “심각한 공개 지연”이라고 비판했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많은 국민들이 검찰 특활비 내역 공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대검에서 이렇게 자료 공개를 지연하는 것은 정말 유감”이라며 “대검은 나머지 자료를 언제 제출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답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대검은 이번에도 가게 상호와 결제 시각을 모두 지운 업추비 사용 증빙자료를 제출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27일 “가림처리를 한 것은 법원 확정판결의 취지를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단체들은 법무부 주장이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했다.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판결문을 보면 행사 참석자 이름이나 소속, 승인번호 등 개인식별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는 모두 공개하도록 명시가 돼 있다는 것이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07281130001
단체는 대검이 제출한 업추비 증빙 자료 중에는 백지상태에 가까운 영수증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 알 권리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했다. 하 변호사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래된 영수증의 잉크가 휘발되어 내역이 안 보이는 것이라고 했지만, 복사본과 원본을 대조할 경우 최소한의 지출 내역에 대한 확인이 가능해진다”며 “공공기관인 검찰은 법원 판결에 따라 단체가 확보한 복사본과 검찰이 보유한 원본을 대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한 장관이 ‘특활비 증빙자료 폐기 의혹’에 대해 “2017년 9월 특활비 관리 지침이 개정되기 전에는 두 달마다 자체 폐기하는 기준이 있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도 “범죄 혐의를 장관이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공공문서의) 폐기물 보존 기한은 5년”이라며 “다른 기관에서 필수적으로 5년 동안 보관하는 것을 검찰만 2개월 보관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료를 폐기하기 위해서는 기록물심의위원회라고 하는 외부전문가가 포함된 회의를 거쳐야 하지만 검찰은 이 같은 절차도 밟지 않았다”며 “그간 검찰이 불법행위를 해왔다는 것을 법무부 장관 스스로 인정한 격”이라고 했다.
시민단체와 뉴스타파는 특활비·업추비·특정업무경비(특경비)에 대한 정보공개 및 검증활동을 전국 65개 고검·지검·지청으로 확대한 상태다. 이들은 현재까지 서울동부·남부·북부·서부지검과 부산지검, 인천지검, 대구지검, 창원지검 등 전국 15개 지방 검찰청에서 특활비·특경비·업추비 내역을 제출받았다.
이 가운데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수원지검 안산지청·안양지청·성남지청이 제출한 자료는 단체 측이 수령을 거부한 상태다. 박준석 뉴스타파 기자는 “해당 지방청의 경우 무엇을 먹었고, 무엇을 샀는지까지 종이로 가리고 복사·제출했다”며 “법원 판결 취지에 맞게 다시 제출하도록 정식으로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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