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2개월마다 자료 폐기 원칙' 한동훈 발언은 거짓말"

검찰의 특수활동비 증빙 자료 폐기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들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불법 행위를 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자인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와 뉴스타파는 31일 오후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장관이 지난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2개월마다 업무추진비나 관련 자료를 폐기하는 게 기준’이라고 발언했는데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와 뉴스타파가 3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 추가 수령 및 전국 검찰청으로 검증 확대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들은 “공공기록법에 따르면 폐기물 보존 기한은 5년”이라며 “아무리 양보해 검찰이 2개월에 한 번씩 폐기할 수 있다고 해도 기록물심의위원회라고 하는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회의를 거쳐야만 폐기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확인 결과 2개월에 한 번씩 심의회를 열지도 않았고 그 안에서 폐기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도 없었다”며 “자료 불법 폐기라는 범죄 행위가 발생했다면 법무부 장관이 이에 대해 수사하도록 지시할 의무가 있는데 수사 지휘를 하지 않고 ‘뭐가 문제냐’고 하는 건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또한 시민단체들은 검찰 특수활동비 증빙자료의 전체 공개가 계속 늦어진다며 국회가 직접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이들은 “검찰의 예산 남용과 자료 허위 폐기 등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며 “이제는 국회가 답할 차례”라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19년 10월부터 12월까지 검찰이 사용한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증빙자료 504쪽을 추가 수령했다. 시민단체들은 대검찰청에서  전국의 65개 고검∙지검∙지청으로 배분된 특수활동비에 대한 검증을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할 계획이다.

앞서 검찰은 이달 초 법원 판결에 따라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30일까지 33개월간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사용한 특활비 및 업무추진비 세부내역을 공개했다. 이 자료를 받은 시민단체들은 2017년 1~4월 대검 특활비 74억원 등의 증빙자료가 누락됐다며 무단 폐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17년 9월 특활비 관리 지침이 개정되기 전에는 두 달마다 자체 폐기하는 기준이 있었다”며 “당시 정부 합동 감찰로 자료를 제대로 보관하지 않은 것을 밝혀낸 뒤 5년간 보관하도록 제도를 개선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