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특별한 순간 10폭 병풍에 담은 ‘평생도’…새만금 잼보리 특별전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3. 7. 3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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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전주박물관 특별전 10월 29일까지
‘아주 특별한 순간 - 그림으로 만나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최 기념
고 이건희 회장 기증한 채용신의 ‘평생도’선봬
채용신, ‘평생도’(20세기초), 10폭, 비단에 색. <국립중앙박물관>
세계스카우트 잼보리 행사에 맞춰서 ‘특별한 만남’과 ‘자연’, ‘행사’ 이 세가지 열쇠어로 풀어가는 특별전시가 열린다. 조선의 마지막 어진화가였던 채용신의 ‘평생도’가 대표작으로 등장한다.

국립전주박물관은 8월 1일부터 12일간 열리는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에 맞춰서 ‘아주 특별한 순간 - 그림으로 남기다’전을 10월 29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4년 마다 열리는 전 세계적 야영 축제 활동이라는 것에 착안해 평생 만나기 어려운 특별한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했던 조선시대 그림 위주로 선보인다.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풍경과 뜻깊은 행사를 그렸던 조선시대 그림을 한자리에 모아 마치 그 만남의 순간, 경사를 축하하는 자리에 서 있는 듯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1부에는 아주 특별한 만남을 주제로, 자유롭고 사적인 모임을 그린 그림들을 선보인다. 조선 후기 중인들이 인왕산 자락의 계곡에서 시사(詩社)를 열거나 관료들이 남산에서 계회(契會)를 가지며 취미와 소소한 일상을 함께 즐기는 문화가 그림과 기록으로 남았다. 서직수(徐直修·1735~1811)는 붓이나 책 등 평소에 애호했던 물건 등을 빗대어 벗으로 칭하고 그림 속에서 그들과 만나는 상상의 순간을 그리게 했다. 경치 좋은 곳에서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이인문(李寅文·1745~1821)은 ‘누각아집도’를 그리고 누가 모여 무엇을 했는지 글과 함께 남겼다.

이인문, ‘십우도’ (조선 1783년), 종이에 엷은 색. <국립중앙박물관>
2부에는 나에게 특별한 자연으로 기억되는 곳을 그린 그림을 선보인다. 강세황(姜世晃·1713~1791)은 아들이 회양 부사로 부임하자, 아들을 따라가는 길에 금강산 가는 길목에 있던 피금정(披襟亭)을 방문해 그림으로 남겼다. 멋진 풍경 속에는 강세황과 아들의 이야기가 담긴 것이다. 이인상은 15년 전 지인과 함께 구경했던 금강산 구룡폭포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다시 그렸다. 경치를 기록하는 것은 함께 했던 순간을 그림에 영원히 남기는 것이었다.

3부에서는 특별한 행사를 기록한 궁중기록화와 주문해 그려 받은 근대기 초상화들이 전시된다. 지금도 돌잔치, 결혼식, 시상식, 퇴임식 등에서 중요한 순서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기념사진 촬영이다. 사진기가 없던 시절, 그림은 국가적 경사와 집안의 중요한 기념일을 담아 후세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왕세자가 탄생하고 스승과 상견례하고 성균관에 입학하는 등 왕실에서 진행된 왕세자의 성장 과정도 그림으로 남았다. 누구나 되고 싶어 하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평안감사 부임을 축하하며, 평양 대동강에 배를 띄우고 부벽루와 연광정에서 잔치를 여는 모습을 담은 ‘평안감사향연도’에는 무려 250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해 마치 눈앞에서 시끌벅적한 향연이 펼쳐진 듯하다.

전시 마무리는 조선시대 마지막 어진화가 채용신(1850~1941)이 10폭 병풍에 담은 ‘평생도’다. 일흔이 넘은 채용신의 머릿속에 눈부시게 찬란했던 평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상경해서 태조 어진 제작에 참여했던 경험은 그의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이 순간을 대대손손 남기고 싶었던 것이다. 지난 2021년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이 기증했던 수집품 중에서 이 ‘평생도’와 ‘문관 초상’, ‘수하한담도’등 12건 31점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실에는 금강산 구룡폭포를 체험할 수 있는 영상을 상영하고 채용신의 ‘평생도’를 쌍방향 영상으로 구현해 흥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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