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탐낸 'NXP'···61개국 '인재 용광로' 된 비결은
<1> 반도체 강소국, 네덜란드의 질주
전체 칩 물량 45% 자체생산 고수
70년 공정 노하우에 활발한 R&D
차량용 반도체 점유율 20% '1위'
불황에도 상반기 매출 4.7조 선전
인구 17만 명. 우리나라 충남 당진시와 비슷한 인구인 네덜란드 소도시 네이메헌에는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거인으로 꼽히는 NXP 공장이 있다. 사실상 기업 하나가 한 도시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곳 주민들은 “NXP 공장은 ‘대성당’과 같다”면서 애정을 쏟고 있다. 강력한 제조 기업 한 곳이 국가와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NXP는 한때 삼성전자가 인수를 검토하다가 막판 가격 협상이 결렬돼 인수를 접은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본격화된 지금은 각국 정부의 견제 때문에 돈이 있어도 사기 어려운 기업이 됐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불황 속에 NXP의 ‘나 홀로 호황’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NXP는 지난해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69억 달러(약 8조 8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역시 상반기에만 37억 달러(약 4조 7000억 원)를 기록해 지난해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NXP의 전략을 총괄하는 마르턴 디르크바허르 수석부사장은 “자동차 반도체 분야 중에서도 통신·연결·인포테인먼트 등 NXP가 강점을 띤 분야에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1위를 지켜나갈 것”이라며 “여기서 생산되는 반도체 10억 개 중 불량품 비율은 1~2개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공정만 두고 보면 NXP는 삼성전자나 대만 TSMC 같은 기업과 경쟁자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NXP의 주 공정인 8인치(200㎜) 웨이퍼 라인은 현대 반도체 시장에서 레거시(옛) 공정으로 통한다. 하지만 레거시 공정이라고 해서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시스템반도체의 종류는 수천 가지에 달한다. 특히 레거시 공정을 기반으로 한 아날로그 반도체 영역으로 갈수록 수요의 범위가 더욱 다양하고 넓어져서 만들 수 있는 반도체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NXP는 한국에서 시스템반도체 설계 회사로 잘 알려져 있지만 네덜란드 공장을 포함해 총 칩 생산량의 45%를 자체 생산한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NXP는 70년 동안 쌓은 공정 노하우와 연구개발(R&D)로 이 시장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신뢰성과 안정성을 담보해야 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20%의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사수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도 ‘원팀’으로 NXP를 전폭 지원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막시마 소레기에타 세루티 네덜란드 왕비가 직접 네이메헌 공장을 방문했을 정도로 레거시 공정에 관한 국가의 관심이 높다. 막시마 왕비는 방진복을 입고 NXP 공장 내부를 직접 둘러봤다.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인재도 NXP의 성공 요인 중 하나다. 실제 이 공장에서 일하는 2000여 명 직원의 국적은 61곳이 넘는다. 이는 네덜란드 정부가 실시한 강력한 이민정책과도 연관이 있다. 우리와 비슷한 자원 빈국인 네덜란드는 20년 전부터 고급 인력에게는 비자 발급과 체류 조건을 완화하고 소득공제율 30%를 적용하는 등 인재 흡수 정책을 펼쳐 2002년 296만 명이던 현지 내 외국인이 약 444만 명으로 불어났다. 전체 인구에서 4명 중 1명이 외국인이다.
네덜란드 전체가 ‘반도체 국가’라고 할 정도로 잘 갖춰진 소재·부품·장비 및 인력 생태계도 NXP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네이메헌 공장에서 노광 공정은 100% 자국 ASML의 장비를 활용하며 공고한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력 수급 정책이다. 네덜란드 남부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NXP 본사 외 네이메헌 공장에서도 활발한 R&D가 이뤄지고 있다. 고급 R&D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네덜란드 명문인 에인트호번공대와 협약을 맺고 다양한 장학금·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NXP 관계자는 “대학과의 연계뿐 아니라 지역 내 고등학교도 찾아가서 반도체의 중요성과 NXP의 장점을 홍보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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