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가마우지가 ‘유해야생동물’이라는데···증거는 있습니까?
환경부가 민물가마우지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기로 했다. 민물가마우지가 양식장, 낚시터 등에서 어민에게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라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유해야생동물은 ‘포획’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살생’보다 ‘피해 저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올해 하반기 중으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해 민물가마우지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31일 밝혔다.
민물가마우지는 주로 물고기를 먹이로 삼는 겨울 철새다. 몸길이는 약 77~100㎝, 날개 길이는 121~160㎝ 정도다. 2000년대 이후 일부 개체들이 텃새화됐다. 2003년 경기 김포에서 100쌍 정도가 번식하는 게 확인된 이후, 경기 양평, 수원과 강원 춘천 등에서 집단 번식지가 발견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민물가마우지는 국외에서는 ‘위해 종’으로 지정된 바 없다.
민물가마우지는 생태적 피해보다 ‘경제적 피해’를 많이 일으킨다. 먹이활동을 하면서 양식장, 낚시터 등이 피해를 본다고 한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 비살상적 관리 방법인 민물가마우지 번식지 관리지침을 지자체에 배포하고 올해 상반기까지 번식지와 피해 상황을 조사했다. 충북 청주시, 강원 평창군을 포함한 28개 지자체에서 양식장, 낚시터 등 58개 수역의 피해를 보고했다.
다만, 피해가 정량적으로 측정되지는 않았다. 민물가마우지의 개체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민물고기 수가 늘어날지도 미지수다. 환경부도 지난해 냈던 지침에서 “민물가마우지 먹이 섭취로 인한 어족자원 감소 피해에 대한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자료가 불충분하다”고 인정했다. 정환진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비살상적 방법을 쓴 지 1년이 지났는데도 민물가마우지로 인한 피해가 지속됐다”라며 “피해 금액으로 산정하는 것은 명확한 기준이 없어 힘들지만, 양식장에 사 온 고기를 민물가마우지가 먹어서 팔지 못하는 상황 등 피해가 보고됐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지침을 보면, 환경부는 자산 피해가 있거나, 분변에 의해 주변 식생에 영향이 있는 등 경우에 집단번식지 관리를 할 수 있다고 정했다. 전년도 번식지를 제거하거나, 살수로 파괴하는 방법을 통해 쉽게 정착하는 것을 방해하고, 번식지에 맹금류 실물 모형이나, 공포탄 등을 통해 교란을 일으키는 방법도 고려됐다.
앞으로 민물가마우지가 ‘유해야생동물’이 되면 여기에 더해 살상까지 할 수 있다. 포획 허가는 개체 수, 피해액 등을 조사한 이후 각 지자체에서 내준다.
전문가들은 실제 ‘살상’으로 인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유정칠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국립생물자원관의 ‘민물가마우지의 생태적 영향 파악 및 관리대책 수립 연구’를 진행하며 내수면 어업 이해관계자를 인터뷰한 적 있다. 유 교수는 “피해를 증명하고 보상하려면 소득세 등으로 증명이 필요한데, 세금 기록이 마땅히 없는 분들도 있었다”라며 “지자체의 포획 허가를 받으려면 피해를 주장하고 증명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도 “포획이 가능하다고 해도, 개체 수 감소를 기대할 만큼 포획량이 많지는 않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하천가에 민물가마우지가 있는 것도 총을 이용한 포획이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민물가마우지를 유해야생생물로 지정하는 게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었다. 어민들이 주장하는 어구 피해 등은 실제로 민물가마우지가 아닌 수달 등에 의한 피해일 수도 있다. 최 교수는 “내수면 어업에서 어획량이 줄어든 것은 외래종, 남획, 댐 형성, 쓰레기로 인한 오염 등 다양한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민물가마우지가 화풀이 대상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라며 “양식장, 낚시터 등의 피해 방지시설 설치 등을 지원해 예방적인 조치를 하는 게 일차적인 방법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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