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테슬라發 전기차값 인하 전쟁..현대차, 정면돌파 묘수는
현대차·기아도 현지 ‘인센티브’ 높여 가격 방어
“전기차 시장, 수익성보다 점유율 우선 지킬 것”
라인업 확충으로 가격 경쟁 집중화 탈피 전략도
테슬라의 경우 전기차 수요 둔화로 올해 2분기 차량 평균 가격을 4만5000달러(약 5800만원)로 책정, 전년 동기(5만6000달러·약 7200만원) 대비 20%가량 내린 상태다. 이에 포드도 5만9974달러(기본 모델)에 팔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의 가격을 17%(9979달러) 내렸다. 이외에도 폭스바겐과 GM(제너럴모터스),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도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전기차 가격을 내리고 있다. 폭스바겐은 아예 저렴한 버전의 전기 해치백 자동차 ID.2all을 출시해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동안 버티기 전략을 펼쳐왔던 현대차와 기아도 결국 태세 전환에 나서기로 했다. 사실 현대차·기아는 아직까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보다 내연기관 차량 판매 비중이 높아 이번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이 당장 커다란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차·기아의 미국내 차량 판매량은 전년 대비 16.7% 증가한 82만180대다. 이중 순수 전기차(BEV)와 하이브리드(PHEV·HEV) 등 포함한 친환경차 판매량은 13만3171대다. 이 가운데 테슬라와 같은 경쟁 모델인 순수전기차(BEV)는 3만8457대가 팔렸다. 물론 매년 전기차 판매량은 늘고 있지만 아직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절대적 비중은 4.6%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현대차·기아가 가격 인하 경쟁에 참전하는 것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미국 내 전기차 시장을 사수하기 위해 수익성보다 시장 점유율을 우선하기로 한 것이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 27일 2분기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시장이 도입기를 지나 대중화 시대에 들어가면서 가격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격화된 전기차 시장에서 중요 포인트는 마켓을 지키는 부분이 수익성보다는 좀 더 무게를 둬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가격도 일정 부분 양보해야 할 것”이라며 가격 인하를 시사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가뜩이나 올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전기차는 세제 혜택을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경쟁사들이 ‘가격 인하’까지 나서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판매량과 수익성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오는 내년 말 현지 생산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전략적인 ‘가격 할인’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서강현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미국 (생산) 현지화에는 차종별로 1년에서 2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올해하고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는 IRA 혜택을 볼 수 없다”며 “그런 부분을 (상쇄하기 위해)전기차 쪽으로 인센티브를 집중해 가격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현대차와 기아는 경쟁사들처럼 소비자 공급 가격 자체를 내리기보다 해외 시장에서 인센티브를 인상하는 방안으로 구상 중이다. 국내와 달리 미국에서는 자동차를 판매하는 딜러에게 일종의 판매 장려금 성격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인센티브를 올리면 영업 활동을 촉진할 뿐 아니라 딜러 재량으로 고객에게 구매 가격 혜택을 주는 것도 가능해 결과적으로 가격 인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자용 현대차 IR 담당 전무는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의 세제 혜택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오닉5, 아이오닉6 등 전기차에 대해 더 높은 인센티브를 지불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는 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차 출시 등 전기차 라인업도 확충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전기차 종류를 31종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 11종·기아 13종·제네시스 7종이다. 이를 통해 가격 경쟁이 집중돼 있는 모델을 벗어난 차종에서는 기존처럼 수익성을 지키겠다는 계획이다.
박민 (parkm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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