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음식점인데 춤 출 수 있다고? 강남 술집들, 稅 회피 하려 ‘꼼수 영업’
작년 관련 행정처분 강남구에서 87건 中 82건
일부 지자체는 ‘춤 허용 일반음식점’ 조례 운영
유흥업소와 구분 어려워… 탈세 방관 지적
20~30대 사이에서 인기인 서울 강남의 감성주점(술집과 클럽이 합쳐진 형태)과 헌팅술집(헌팅이 가능한 실내 포장마차)이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해 놓고 유흥주점처럼 춤추는 행위를 허용하는 ‘꼼수 영업’을 하고 있다. 2019년 마약·성범죄·조세 회피·불법 촬영물 공유 등의 범죄가 일어나 사회적 물의를 빚은 강남구 클럽 버닝썬도 탈세 목적으로 이렇게 영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는데 지자체가 업자들의 불법 행위를 제대로 단속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강남구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감성주점과 헌팅술집 5개의 건축물대장을 확인한 결과 4개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었다. 이 업소들은 손님들이 복도 등에 마련된 무대로 나가 춤을 출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식품위생법상 손님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업태는 ‘유흥주점’ 뿐이므로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다.
서울 광진구·마포구·서대문구·용산구는 일반음식점도 춤을 허용하는 조례를 만들었지만, 강남구는 아니다. 그런데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뒤 유흥주점 형태로 영업했다가 지자체에 적발되는 업소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강남구 위생과에서 일반음식점 불법행위에 대해 내린 행정처분 87건 중 82건이 유흥접객원 고용·유흥접객 행위·손님이 노래 부르거나 춤을 추도록 허용을 한 업소들이었다. 올해 들어선 31일 기준 행정처분 67건 중 절반 이상인 36건이 이에 해당했다.
자영업자들이 유흥주점 형태로 영업하면서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는 이유는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유흥업소는 수익의 23%를 세금으로 납부하지만 일반음식점은 요금의 10%만을 부가가치세로 내면 된다. 지난 2019년 빅뱅 전 멤버 승리의 클럽 ‘버닝썬’이 일반음식점으로 불법영업을 한 사실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탈세 목적의 업태 변칙 신고가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
이준규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개별소비세부터 경비율 차이도 있고 일반음식점으로 남아있으면 세금이 아무래도 더 적기 때문”이라며 “국세청에서 전방위적으로 조사한 후 이런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지만 일일이 국세청에서 현장에 나가 볼 수 있는 인력이 충분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현장에 나가 바로 확인해 잡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업주들은 “고객들이 자기 멋대로 춤을 추는데 어떻게 하란 말이냐”라며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최원봉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사무총장은 “현행법은 무대에서 춤을 춰야만 유흥으로 인정하는 데, 일반음식점 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춤을 추는 경우도 있고 무대 공간이 마련된 일반음식점들도 있어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라며 “유흥 유사 행위를 하는 업소들이 일반음식점으로 허용되면 누가 비싼 세금을 내며 유흥주점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강남구에서는 직접 수사권이 없는 만큼 현장 적발을 해 경찰에 넘기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주 1회 야간으로 현장으로 나가 단속을 진행 중”이라며 “오는 9월부터 12월까지 탄력적으로 경찰과 협조해 금요일과 토요일 주 2회 야간 단속을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단속 범위에 대해선 “민원 신고가 접수된 업소들 위주로 단속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조례로 일반음식점에서 춤추는 행위를 허용한 경우에도 소음과 안전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4월 제정된 용산구의 ‘춤 허용 조례’는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당시 참사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해당 조례로 일반음식점이 클럽처럼 운영되며 시끄러운 음악 소리 탓에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참사 당일 초동 대처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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