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0월 사퇴’ 설왕설래…‘리더십 의구심’ 본격화했나 [이런정치]

‘터무니없는 이야기’ 선 긋지만
사법리스크 재점화 李대표 체제
비명계에선 ‘비대위說’ 무게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달 1일부터 나흘 간의 여름 휴가에 돌입하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당 안팎에서는 ‘이재명 10월 사퇴설’이 고개를 들었다. ‘쌍방울·백현동’ 의혹 건으로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재점화되고 있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6개월 전인 10월께 2선으로 물러날 것이란 ‘시나리오’다. 친명(친이재명)계가 차기 당 대표로 김두관 의원을 밀고 있다는 ‘설’까지 이어졌다.

이 대표 사퇴설은 현재까지는 실체 없는 설왕설래 수준이지만, 정치권에선 이 대표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든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이같은 관측은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급하면서 여의도에 본격 확산했다. 장 소장은 지난 29일 C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10월에 퇴진한다고 한다. 그래야 내년 총선에서 이긴다. 그래서 K의원을 당 대표로 밀겠다(고 한다). 40여명의 의원을 하나의 뜻으로 모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K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하고 이 대표 지지를 선언했던 친명계 김두관 의원이라는 설도 함께 급격히 퍼졌다.

사퇴설 배경에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본격 재점화하는 상황이 있다. 최근 검찰이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8월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8월 위기설’이 여의도에 확산하면서다. 또 이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 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불리한 쪽으로 진술을 바꿨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위기감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가 지상 과로 언급해 온 ‘총선 승리’를 위해 정치적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에 지속적으로 이 대표 퇴진설 등이 나오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정민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31일 오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대표. [연합]

다만 일단 이 대표 측은 ‘터무니없다’며 10월 사퇴론을 일축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에 웃으며 답하지 않았다.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며 “그런 정도의 이야기를 하려면 김영진 정도는 들어가 이야기해야 하는데 전혀 논의된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장 소장의 ‘카더라 통신’이나 술자리에서 하는 이야기, 가상의 소설을 이렇게 정치 영역으로 소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그래서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K의원’으로 지목된 김두관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금시초문”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왕설래가 결국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이를 반전시킬 뾰족한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다.

이낙연 전 대표와의 만남을 계기로 ‘통합’을 강조했지만 계파 갈등 봉합도 녹록치 않다. 비명(비이재명)계는 아직까지 ‘관망 모드’이지만, 총선 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힘을 실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친이낙연계 신경민 전 의원은 BBS 라디오에 나와 “대표직(사퇴) 카드와 계양을 불출마도 언제든 쓸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 대표가) 아바타 당권을 갖고 공천권은 끝까지 놓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분석한다”고 말했다.

신 전 의원은 '10월에 전당대회가 아닌 비대위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냐'는 진행자 질문에 "비대위로 갈 수도 있다"고 답했다.

jin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