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임 속으로 파고든 러시아 프로파간다

정원식 기자 2023. 7. 3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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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로블록스 사용자가 만든 바그너 용병 아바타. 유튜브 캡처

우크라이나 침공을 미화하는 러시아의 선전·선동이 비디오 게임의 세계 안으로 파고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인크래프트, 월드오브탱크, 월드오브워십 등 비디오 게임과 로블록스, 디스코드, 스팀 등 게임 플랫폼은 젊은층을 상대로 한 러시아 정부의 선전장이 되고 있다.

NYT는 경제적·외교적 고립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서방의 온라인 플랫폼과 비디오 게임을 이용해 끈질기게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을 지원하는 우크라이나 컨설팅 기업 몰파의 아르템 스타로시크 대표는 “러시아가 체제를 선전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인크래프트 사용 방법을 안내하는 한 영상에는 “러시아에 영광을”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 영상에는 러시아가 지난해 불법적으로 합병한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에 러시아 국기가 걸려 있는 모습도 나온다. 마인크래프트는 사용자가 현실과 닮은 가상 세계를 만드는 게임으로 레고처럼 블록을 이용해 건물과 물건을 만드는 방식 때문에 ‘게임계의 레고’로 불린다.

전 세계 전차들이 등장하는 전쟁 게임인 월드오브탱크 러시아 버전에서는 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이 나치독일을 상대로 전쟁에 이긴 것을 기념하는 전승절 78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다.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서는 지난달 한 사용자가 1992년 러시아 연방의 탄생을 기념하는 러시아 국경일인 ‘러시아의 날’을 맞아 러시아 내무군(러시아 국가근위대의 전신)의 군사 퍼레이드를 재현하기도 했다.

NYT는 게임을 통한 우크라이나 침공 미화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러시아 유명인들과 음악인들은 마인크래프트에서 ‘러시아의 날’을 축하하는 콘서트를 열었는데, 러시아인터넷보안연맹의 예카테리나 미줄리나 대표가 참여했다는 것이다. 미줄리나 대표의 어머니인 옐레나 미줄리나는 러시아 상원의원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지지자로 유명한 인물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위기분석팀장 클린트 와츠에 따르면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도 디스코드와 스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쟁관을 지지하는 선전 활동을 해왔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애국주의적 가치관을 퍼뜨리는 수단으로서 게임 산업의 잠재력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9일 크렘린궁에서 열린 한 간담회에서 “게임은 예술과 교육의 교차로가 되어야 한다”면서 “게임이 애국주의와 보편적인 인간적 가치의 틀 안에서 교육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전략대화연구소에서 극우·혐오 운동을 연구하는 제이컵 데이비는 “사람들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려는 적대적 행위자들은 기회주의적”이라면서 마인크래프트나 다른 게임들은 비주류 이념에 경도된 젊은층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서방에서 역으로 러시아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게임이 개발되기도 했다. 독일 뮌헨에 있는 게임업체 리모트컨트롤프로덕션은 지난 5월 우크라이나 드론(무인기)이 러시아군을 공격하는 게임 ‘데스프롬어보브’를 출시했다. 리모트컨트롤프로덕션의 헨드릭 레서 대표는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와 인터뷰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면서 “이 게임은 프로파간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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