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 Mania] 을지로 골뱅이골목
2023. 7. 3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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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에선 '치맥'보다 '골맥'지하철 2호선 을지로3가역 11번 출구로 나오면 골뱅이 골목이 나온다.
물론 이곳에도 원조는 있고, 방송을 탄 유명한 집도 있지만 그저 발길 가는 대로 들어서도 어느 가게에서도 을지로 골뱅이 맛을 느낄 수 있다.
을지로 골뱅이 골목의 익숙한 풍경이다.
바로 이 '만들다 만 것 같은'이 을지로 골뱅이 '찐맛'이기 때문이다(물론 가게에 따라 요청하면 식초, 설탕 등을 넣어주시기도 한다).골뱅이 골목은 길지도 넓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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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에선 ‘치맥’보다 ‘골맥’
지하철 2호선 을지로3가역 11번 출구로 나오면 골뱅이 골목이 나온다. 2차선 도로를 사이로 양편에 골뱅이 가게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물론 이곳에도 원조는 있고, 방송을 탄 유명한 집도 있지만 그저 발길 가는 대로 들어서도 어느 가게에서도 을지로 골뱅이 맛을 느낄 수 있다.
일과 더위에 지친 직장인들이 들어와 자리에 앉으면 생맥주와 양푼에 담긴 안주가 나온다. 시원한 생맥주로 일단 갈증을 해소한다. 젓가락을 들어 안주를 휘휘 젓고 푸짐하게 집는다. 사실 안주랄 것도 없다. 양푼에는 골뱅이와 대파를 길게 썬 파채, 성글게 찢은 북어포, 그 위에 듬뿍 뿌린 빨간 고춧가루에 약간의 다진 마늘 밑간뿐이다. 입안이 얼얼해지면 ‘서비스’로 나온 어묵, 계란말이에 감칠맛 나는 햄 구이로 입을 달랜다.
을지로 골뱅이 골목의 익숙한 풍경이다. 골뱅이는 원래 고둥류 연체동물이다. 식용으로는 물레고둥류, 큰구슬우렁이 그리고 북유럽산 부키눔 운다툼이라는 종을 쓴다. 우리가 백골뱅이, 백고둥이라 하는 것은 보통 물레고둥이나 고운띠물레고둥이다. 이 고둥, 즉 골뱅이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식감도 좋고 단맛도 나면서 고소하다.
골뱅이 골목이 생겨나기 시작한 건 1980년대부터이다. 물론 그 전에도 이곳 구멍가게에 이 안주는 있었다. 을지로는 인쇄, 전기기구의 밀집지역. 기계 소리에 지친 직공들은 퇴근 후 구멍가게에서 출출한 허기를 달래며 한잔 술을 즐겼다. 그러다 구멍가게 골뱅이 통조림을 안주 삼았다. 입맛이란 진화하는 법. 골뱅이에 양념을 가미했다. 마늘도 넣고, 고추장에도 버무리고 그러다 최적의 조합을 찾아냈다. 바로 현재의 골뱅이 파무침이다.
1980년대, 을지로에 회사들이 많이 들어서며 젊은 직장인들은 막걸리, 소주보다 생맥주를 찾았다. 이때부터 생맥주, 골뱅이 파무침, 계란말이, 어묵탕의 절묘한 궁합이 생겼다. 이곳 골뱅이 안주는 대개 2만9,000원 선이다. 골뱅이와 생맥주를 시키면 양념 땅콩, 야채, 계란말이, 어묵탕, 햄구이 등의 곁들임 안주를 주는 곳도 있다. 푸짐하다고 생각해도, 얼마 가지 않아 “이모, 여기 골뱅이, 포 추가요” 소리가 들린다. 500cc 생맥주를 비우는 순간 안주도 동이 나기 때문이다. 이곳 골목의 골뱅이 안주는 특징이 있다. ‘원조 스타일’에는 고추장, 식초, 설탕 등의 양념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 앞서 말했듯 고춧가루와 대파, 다진 마늘 정도가 전부다. 해서 처음 찾는 이들은 ‘뭐 만들다 만 것 같다’ 불평하지만 한 입 먹는 순간 젓가락을 멈출 수 없다. 바로 이 ‘만들다 만 것 같은’이 을지로 골뱅이 ‘찐맛’이기 때문이다(물론 가게에 따라 요청하면 식초, 설탕 등을 넣어주시기도 한다).
골뱅이 골목은 길지도 넓지도 않다. 두 사람이 지나면 어깨가 닿을 정도다. 골목과, 가게모두가 빈티지고 레트로다. 그것이 매력이다. 시 하나를 소개한다.
[글과 사진 장진혁(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0호(23.8.1) 기사입니다]
을지로 골뱅이 골목의 익숙한 풍경이다. 골뱅이는 원래 고둥류 연체동물이다. 식용으로는 물레고둥류, 큰구슬우렁이 그리고 북유럽산 부키눔 운다툼이라는 종을 쓴다. 우리가 백골뱅이, 백고둥이라 하는 것은 보통 물레고둥이나 고운띠물레고둥이다. 이 고둥, 즉 골뱅이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식감도 좋고 단맛도 나면서 고소하다.
골뱅이 골목이 생겨나기 시작한 건 1980년대부터이다. 물론 그 전에도 이곳 구멍가게에 이 안주는 있었다. 을지로는 인쇄, 전기기구의 밀집지역. 기계 소리에 지친 직공들은 퇴근 후 구멍가게에서 출출한 허기를 달래며 한잔 술을 즐겼다. 그러다 구멍가게 골뱅이 통조림을 안주 삼았다. 입맛이란 진화하는 법. 골뱅이에 양념을 가미했다. 마늘도 넣고, 고추장에도 버무리고 그러다 최적의 조합을 찾아냈다. 바로 현재의 골뱅이 파무침이다.
1980년대, 을지로에 회사들이 많이 들어서며 젊은 직장인들은 막걸리, 소주보다 생맥주를 찾았다. 이때부터 생맥주, 골뱅이 파무침, 계란말이, 어묵탕의 절묘한 궁합이 생겼다. 이곳 골뱅이 안주는 대개 2만9,000원 선이다. 골뱅이와 생맥주를 시키면 양념 땅콩, 야채, 계란말이, 어묵탕, 햄구이 등의 곁들임 안주를 주는 곳도 있다. 푸짐하다고 생각해도, 얼마 가지 않아 “이모, 여기 골뱅이, 포 추가요” 소리가 들린다. 500cc 생맥주를 비우는 순간 안주도 동이 나기 때문이다. 이곳 골목의 골뱅이 안주는 특징이 있다. ‘원조 스타일’에는 고추장, 식초, 설탕 등의 양념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 앞서 말했듯 고춧가루와 대파, 다진 마늘 정도가 전부다. 해서 처음 찾는 이들은 ‘뭐 만들다 만 것 같다’ 불평하지만 한 입 먹는 순간 젓가락을 멈출 수 없다. 바로 이 ‘만들다 만 것 같은’이 을지로 골뱅이 ‘찐맛’이기 때문이다(물론 가게에 따라 요청하면 식초, 설탕 등을 넣어주시기도 한다).
골뱅이 골목은 길지도 넓지도 않다. 두 사람이 지나면 어깨가 닿을 정도다. 골목과, 가게모두가 빈티지고 레트로다. 그것이 매력이다. 시 하나를 소개한다.
‘충무로 골뱅이’ – 시인 방남수
남산자락 텅 빈 나뭇가지 사이로 / 다 식은 국물처럼 흐린 하늘 / 쏟아져 내리는 오후 / 극동빌딩 골목길 우산없이 지날 때 / 육중한 윤전기 소리 달다 / 충무로에는 소문난 골뱅이 집들 많지 / 순한 연체 고둥과 코를 찌르는 독한 대파가 만나 어우러진 맛의 기막힌 궁합 / 네가 있어 가난한 살림에도 / 나 오늘 하루쯤 영화롭고 즐겁구나 / 아내와 크게 다툰 날이면 / 절로 떠오르는 집 / 영락이여, 얼얼 매콤한 사랑이여
남산자락 텅 빈 나뭇가지 사이로 / 다 식은 국물처럼 흐린 하늘 / 쏟아져 내리는 오후 / 극동빌딩 골목길 우산없이 지날 때 / 육중한 윤전기 소리 달다 / 충무로에는 소문난 골뱅이 집들 많지 / 순한 연체 고둥과 코를 찌르는 독한 대파가 만나 어우러진 맛의 기막힌 궁합 / 네가 있어 가난한 살림에도 / 나 오늘 하루쯤 영화롭고 즐겁구나 / 아내와 크게 다툰 날이면 / 절로 떠오르는 집 / 영락이여, 얼얼 매콤한 사랑이여
[글과 사진 장진혁(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0호(23.8.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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