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급락에 ELS 손실 눈덩이···은행권 내년 만기 도래 13.5조원 ‘우려’
홍콩H지수가 2년 사이 급락하면서, 이 지수를 기초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ELS 상품에서 수십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 은행에서 이달 만기가 도래한 ELS 규모는 103억원가량이며, 예상되는 손실 규모는 약 40억3000만원이다.
ELS는 기초자산인 주식이나 지수 등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통상 6개월마다 기초자산의 가격을 평가하고, 가격이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원금과 수익을 조기 상환한다. 그러나 가격이 조건을 밑도는 상태로 만기가 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은행이 판매한 ELS 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은 2021년 초 12000포인트를 돌파했던 홍콩H지수가 최근에는 6000포인트 선에서 거래되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50개 종목을 토대로 산출하는 지수다.
홍콩H지수 ELS는 홍콩 증시가 뜨거웠던 2021년 집중적으로 판매됐는데, 3년 만기가 됐거나 다가오는 시점에 지수가 50% 이상 빠져있다는 게 문제다.
은행권은 해당 ELS를 주로 펀드(ELF)와 신탁(ELT) 형태로 판매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F와 ELT 중 올해 하반기 만기 도래분은 81억원, 내년 상반기 9조371억원, 내년 하반기엔 4조5406억원에 이른다. 내년 만기 도래분이 13조5777억원이다.
일반적으로 ELS 상품의 손실 발생 구간(녹인·knock-in) 기준선은 최초 기준가격의 50∼55%이고, 조기상환 기준선은 60∼70% 정도다. 평가 가격이 최초 기준가격보다 50~55% 이상 하락하지 않아야 손실을 보지 않는다. 홍콩H지수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반등하지 않는 이상 올해보다 내년에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홍콩 증시는 과거 10년 평균 밸류에이션 대비 현저히 저평가되고 있다”며 “부동산 기업을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돼 투자 심리는 악화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행스러운 점은 중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경기부양책 활용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발표되면 투자 심리가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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