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첨단무인기 베끼기 혈안…南, 수천억 들여 개발해놓고 전력화 지연[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정충신 기자 2023. 7. 31. 16: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27일 ‘전승절‘(6ㆍ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열병식에 선보인 ‘하늘의 암살자’ 미국 최첨단 무인공격기 RQ-9 리퍼를 모방한 샛별-9형 신형 무인기. 조선중앙TV 화면 캡처/뉴시스

북한이 지난 27일 전승절(정전협정 기념일) 열병식에서 미국 첨단 무인기를 모방한 ‘북한판 글로벌호크’ ‘북한판 리퍼’ 등 신형 무인기 2종을 선보이며 ‘무인기 쇼’를 펼쳤다. 북한 신형 무인기에 대한 군사 전문가들은 "껍데기(외형)만 그럴싸한 미국 무인기 짝퉁"이라며 평가절하가 나오는가 하면 "예상 외로 빠른 속도의 개발과 실전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북한의 무인기 실전 사용 위협이 높아지는 데 비해 정작 우리 군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10년여에 걸쳐 수천억원을 투입, 미국 첨단 무인기 수준에 버금가는 사단급·군단급 무인기를 개발해놓고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한 작전요구성능(ROC) 벽에 막혀 전력화를 못한 채 창고에 방치하는 수준이다. 지지부진한 국산 무인기 개발 방식에 ‘진화적 개발방식’ 도입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27일 공개한 ‘무장장비전시회-2023’ 오프닝 영상에 등장한 ‘북한판 글로벌호크’ 전략 무인정찰기. 미국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를 꼭 빼닮아 해킹 의혹이 제기되며 기만 전술에 사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 약진하는 북 무인기

북한은 지난 27일 열병식에서 ‘정찰위성급 고고도무인기’로 불리는 미국 무인정찰기인 RQ-4 글로벌호크를 비롯 ‘하늘의 암살자’로 불리는 최첨단 무인공격기 RQ-9 리퍼를 베낀 짝퉁 샛별-4형(북한판 글로벌호크), 샛별-9형(북한판 리퍼)을 선보였다. 특히 최소 5대 이상의 샛별-9형 차량 이동 사진과 실제 시범비행, 공대지 미사일 발사 영상을 공개하는 등 실제 능력을 갖춘 무기체계임을 과시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미국의 첨단무인기를 따라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제 무인기의 엔진·센서·전자광학카메라·영상레이더까지 복제하긴 힘들어 미국 무인기 성능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으로 앞으로 북한 독자모델을 개발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 무인기 요격이 쉽지 않다"며 "미국 수준 절반 이하만 돼도 한반도 전장에서 실전 활용이 가능하며 통신 중계기만 세우면 최장 150∼200㎞까지 작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북한이 인공위성이 없는 상황에서 대량의 무인기를 전력화할 경우, 전면전 발생 시 무인정찰기를 타격 지점에 보내 주요 군사기지에 대한 미사일 파괴 효과를 점검하거나 전차·자주포 등 기계화부대 지상목표물에 대해 무인공격기로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비무장지대(DMZ) 상공에서의 정찰 활동 및 우리가 보유한 RQ-4 글로벌호크 및 미국의 RQ-9 리퍼와 유시한 정찰기를 날려 기만활동을 펼치며 작전에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10여년간 전력화 차질 빚는 南 무인기

북한 무인기의 약진에 비해 우리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나서서 ‘한국형 리퍼’인 중고도 무인기(MUAV)와 ‘한국형 그레이이글’인 차기 군단급 무인기를 10여년에 걸쳐 개발에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전력화하지 못하고 있다.두 첨단 무인기는 이륙, 비행, 착륙,정찰 성능, 체공 시간도 합격점을 받았지만 지나치게 높은 ROC에 걸쳐 감사원 감사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2019년 감사원은 차기 무인정찰기 ‘UAV-Ⅱ’는 국산 송골매 ‘UAV-Ⅰ’보다 비행시간이 6시간 이상 길고 두 배가량 높이 날 수 있고, 어떤 기상조건에서도 탐지할 수 있는 합성개구레이더(SAR)를 장착해 성능이 일취월장했지만 육군의 ROC를 충족 못해 북한 57mm 고사포의 사정권에 들어 비행고도를 더 높여야 한다며 개발비용 1180억 원을 포기하더라도 성능 좋은 외국 기종 수입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 ‘무인기 운용 실태 감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실전배치된 무인기들이 적절하게 운용되고 있는지를 따지는 감사인데도 실전배치 전 단계, 즉 개발 막바지의 MUAV와 차기 군단급 무인기를 1년여 동안 감사했다. 그결과 △ 풍향과 풍속 급변 시 착륙 불안정 △고도 상승에 따른 결빙 제어 이상 등을 결함으로 규정하고, 연구원 5명의 징계를 결정하자 ADD는 "ROC를 충족하고 해결책도 있기에 징계 요구는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방위사업청은 31일 "중고도 무인정찰기는 군사형 적합 판정으로 시험평가가 종료돼 현재 양산 단계로 전환 중이며,군단급 정찰용 무인기는 감사원 권고사항을 참고해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연구원들에 대한 감사원 징계 권고로 연구소를 떠나는 등 무인기 개발 관련 사기저하와 인력 부족 등으로 무인기 개발에 큰 차질을 빚는 게 현실이다.

송골매 무인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02년 개발한 국산 군단급 무인정찰기 송골매. 송골매 이후 차기 무인정찰기 개발에 투자해왔지만 전력화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국산 무인기 개발 10여년 간 제자리 걸음

국산 무인정찰기는 실전배치 기준으로 따지면 2002년 공개된 ‘군단급 무인정찰기’ 송골매(UAV-Ⅰ)가 사실상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송골매는 2002년 KAI가 양산을 진행해 육군에 납품했지만 개발은 1991년부터 당시 대우중공업 항공사업부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시킨 제품이다.

개발 당시 송골매 설계에 참고하기 위해 이스라엘제 ‘서처(Searcher)’ 무인정찰기를 소량 도입했으며 아직 일부가 전방 부대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초반에 주한미군의 RQ-7B ‘섀도’ 블록3 무인정찰기 영향을 받아 등장한 한국형 사단급 무인정찰기를 대한항공이 개발해 납품했으나 개발목표 ROC를 충족 못해 현재 교보재로 사용중이다. 특히 전자광학 및 적외선 (EO/IR) 정찰센서의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 결정적 결함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사단급 무인정찰기 도입 수량을 줄이는 대신 ‘ 차기 사단급 무인정찰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송골매 군단급 무인정찰기를 대체하기 위해 10여년 동안 개발한 차기군단급 무인정찰기 역시 사실상 실패로 결론이 나면서 최소 수량만 상징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소 수량’은 개발 과정에서의 시제기 등 실물을 일컫는다. 차기군단급 무인정찰기 양산형은 올해 말 완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송골매 군단급 무인정찰기 성능을 계속 개량해 나가는 한편으로 ‘차차기 군단급 무인정찰기’를 개발하는 절충안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10여년 걸려 개발한 군단급 무인정찰기 모형. 전력화가 지연되고 있다. 연합뉴스

육군의 군단급·사단급 무인정찰기 외에 공군도 야심차게 중고도무인기를 개발해왔지만 육군과 사정은 별 차이가 없는 실정이다. 공군 역시 전력화에 성공했다고 할 수 없는 수준으로, 기존 소요물량을 최소해 연구개발 과정에서 제작한 시제품 정도만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이후 긴급전력소요 사업으로 도입한 이스라엘 IAI사의 헤론 무인정찰기가 문제가 생기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지상군작전사령부의 무인정찰기 라는 이름으로 소요를 제기해 1 대 1 대체 물량을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이 올해 말 양산 제품을 납품할 예정이다.

군사전문가인 안승범 디펜스타임즈 대표는 "군단급 무인정찰기는 개발에 10여년이 소요됐으며, 중고도무인정찰기는 14년이 걸렸다"며 "중고도무인정찰기를 개발하면서 ‘스케일 다운’ 즉, 기체 규모를 줄여 만든 것이 바로 차기군단급 무인정찰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효자무기와 달리 우리가 10여년 간 첨단 무인기 개발에 매달려왔지만 정작 우리가 개발한 발한 무인정찰기는 단 한 대도 수출시장에 출품한 제품이 없다"며 "정부 차원의 무인기 개발 지원 및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