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만 만나면 ‘부끄러운 경기’, 잠실 라이벌의 무너진 자존심

심진용 기자 2023. 7. 3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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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두산 감독(왼쪽)이 29일 잠실 LG전에서 비디오판독 결과에 불복해 항의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이 ‘잠실 라이벌’ LG에 3연전을 모두 내줬다. 직전 롯데전 2연패에 이어 5연패다. 11연승 기간 공수 완벽에 가깝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긴 연승 뒤 연패가 드문 경우는 아니다. 올 시즌 두산과 LG의 전력 차이도 분명하다. 그러나 경기 내용이 문제다. LG만 만나면 유독 제 기량을 내지 못한다. 실책으로 자멸하는 경기가 이어진다.

28~30일 잠실 3연전 기간 두산은 매 경기 실책을 했다. 첫날 호세 로하스, 둘째 날 김태근과 김재호에 이어 30일에는 팀의 기둥인 양의지가 실책을 저질렀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도 없지 않았다.

올 시즌 두산의 실책은 모두 54개로 리그 평균(56개) 아래다. 지난달 25일부터 13경기 연속 무실책으로 최근 팀 수비가 몰라보게 탄탄해졌다는 평가도 받았다. 연승 기간 이승엽 두산 감독이 팀 상승세의 주요인으로 수비 안정화를 꼽기도 했다.

그런데 LG만 만나면 수비가 흔들린다. 전체 실책 54개 중 14개가 LG전에서 나왔다. 기록으로 남지 않는 실책도 유독 LG전에 이어진다. 투타 전력 차이에 실책까지 이어지는데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올 시즌 두산은 LG를 만나 2승 8패로 절대 열세다. 남은 여섯 경기에서 모두 이겨야 승패 균형을 맞는다.

이승엽 감독은 올 시즌 “부끄러운 경기였다”는 말을 두 차례 했다. 모두 LG전 이후다. 지난 4월 14일 LG 상대 시즌 첫 경기에서 두산은 4실책으로 무너지며 4-13으로 대패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외야진 전체가 아쉬운 수비를 연발하며 3-15로 패했다. 4월 대패 후 “부끄러운 경기를 했다”며 고개를 떨궜던 이승엽 감독은 지난달 대패에는 “프로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경기”라며 경기 직후 선수단 미팅까지 열었다. 역시 아쉬운 수비로 0-10으로 대패했던 30일 경기 역시 ‘나와서는 안 될 경기’에 가까웠다.

최근 5연패로 무너지며 두산은 승차 없는 4위 NC와 5위 KT에 1경기 차 추격을 허용했다. 특히 KT의 기세가 무섭다. 6위 KIA도 상승세다. 객관적인 전력은 오히려 KIA가 앞선다는 평가도 작지 않다. 다음 달 마지막 주 두산은 다시 LG를 만난다. 중위권 레이스에서 버티기 위해서라도, 잠실 라이벌전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제까지와는 다른 경기가 필요하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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