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만 만나면 ‘부끄러운 경기’, 잠실 라이벌의 무너진 자존심
두산이 ‘잠실 라이벌’ LG에 3연전을 모두 내줬다. 직전 롯데전 2연패에 이어 5연패다. 11연승 기간 공수 완벽에 가깝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긴 연승 뒤 연패가 드문 경우는 아니다. 올 시즌 두산과 LG의 전력 차이도 분명하다. 그러나 경기 내용이 문제다. LG만 만나면 유독 제 기량을 내지 못한다. 실책으로 자멸하는 경기가 이어진다.
28~30일 잠실 3연전 기간 두산은 매 경기 실책을 했다. 첫날 호세 로하스, 둘째 날 김태근과 김재호에 이어 30일에는 팀의 기둥인 양의지가 실책을 저질렀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도 없지 않았다.
올 시즌 두산의 실책은 모두 54개로 리그 평균(56개) 아래다. 지난달 25일부터 13경기 연속 무실책으로 최근 팀 수비가 몰라보게 탄탄해졌다는 평가도 받았다. 연승 기간 이승엽 두산 감독이 팀 상승세의 주요인으로 수비 안정화를 꼽기도 했다.
그런데 LG만 만나면 수비가 흔들린다. 전체 실책 54개 중 14개가 LG전에서 나왔다. 기록으로 남지 않는 실책도 유독 LG전에 이어진다. 투타 전력 차이에 실책까지 이어지는데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올 시즌 두산은 LG를 만나 2승 8패로 절대 열세다. 남은 여섯 경기에서 모두 이겨야 승패 균형을 맞는다.
이승엽 감독은 올 시즌 “부끄러운 경기였다”는 말을 두 차례 했다. 모두 LG전 이후다. 지난 4월 14일 LG 상대 시즌 첫 경기에서 두산은 4실책으로 무너지며 4-13으로 대패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외야진 전체가 아쉬운 수비를 연발하며 3-15로 패했다. 4월 대패 후 “부끄러운 경기를 했다”며 고개를 떨궜던 이승엽 감독은 지난달 대패에는 “프로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경기”라며 경기 직후 선수단 미팅까지 열었다. 역시 아쉬운 수비로 0-10으로 대패했던 30일 경기 역시 ‘나와서는 안 될 경기’에 가까웠다.
최근 5연패로 무너지며 두산은 승차 없는 4위 NC와 5위 KT에 1경기 차 추격을 허용했다. 특히 KT의 기세가 무섭다. 6위 KIA도 상승세다. 객관적인 전력은 오히려 KIA가 앞선다는 평가도 작지 않다. 다음 달 마지막 주 두산은 다시 LG를 만난다. 중위권 레이스에서 버티기 위해서라도, 잠실 라이벌전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제까지와는 다른 경기가 필요하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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