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카페 갑질에 의사 정신과 치료…"회의감 들어" 소아과 줄폐업

박미주 기자 2023. 7. 3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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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맘카페 갑질'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31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이하 소아과의사회)에 따르면 최근 충남 홍성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맘카페 회원의 갑질에 시달려 소아청소년과를 폐업하고 성인 진료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병원에 공지문을 붙였다.

임현택 소아과의사회 회장은 "맘카페나 네이버 리뷰란에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대상으로 한 악성 댓글이 많다"며 "이런 일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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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 글에 소아과 폐업하기도… 최근 5년간 가장 많이 줄어든 진료 과목 소아청소년과
사진=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페이스북 캡처

일부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맘카페 갑질'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병원 원장은 폐업을 선언하기도 했다.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보호자의 민원이 다른 진료과목에 비해 과하단 평가도 나온다. 이러다 안 그래도 부족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더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진다. 이에 일각에선 악성 글이 게시되게 방치할 경우 카페 운영자에 불이익을 주고, 아예 리뷰를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 반발을 살 수 있어 건전한 논의가 필요하단 시각도 있다.

31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이하 소아과의사회)에 따르면 최근 충남 홍성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맘카페 회원의 갑질에 시달려 소아청소년과를 폐업하고 성인 진료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병원에 공지문을 붙였다.

9세 초진인 환아가 보호자 연락과 대동 없이 내원해 병원에서는 14세 미만은 보호자가 동반해야 한다는 내부 방침에 따라 보호자와 함께 오라며 아이를 돌려보냈는데, 맘카페 회원인 아이 엄마가 보건소에 진료 거부라며 악의에 찬 민원을 넣었다는 게 이유였다. 해당 아이의 엄마는 39도의 열이 나는 아이를 진료도 보지 않고 집으로 돌려보냈고 5분 이내로 올 수 있냐고 했는데 민원을 넣고 싶다는 글을 맘카페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학부모의 주장 중 일부는 거짓이었다고 한다. 5분이 아닌 30분 정도의 시간을 줄테니 보호자로 오라고 했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이후 해당 학부모는 맘카페에 게시했던 글을 삭제하고 민원을 취하했다. 소아과의사회는 해당 학부모를 아동학대 방임으로 형사 고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임현택 소아과의사회 회장은 "맘카페나 네이버 리뷰란에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대상으로 한 악성 댓글이 많다"며 "이런 일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로 망하는 병원도 있고 그러면 몇억원씩 손해보고 정신적으로 힘들다"며 "한 의사는 악성 민원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했다.

사진=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페이스북 캡처

광주에서도 지난 6일 악성 민원으로 폐과를 선언한 소아청소년과의원이 있다. 이 의원은 "박모 보호자의 악성 허위 민원으로 2023년 8월5일로 폐과한다"며 "만성 통증과 내과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로 살아가겠다"고 공지했다.

대학병원 의사도 민원에 시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국공립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불친절하다는 등의 이유로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민원을 제기해 힘들게 하는 학부모가 있다"며 "돈보다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해 일을 하고 있지만 이런 민원이 있을 때는 회의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한 맘카페에 소아과 불만족 후기 글이 올라와 있다./사진= 맘카페 캡처

문제는 악성 민원으로 안 그래도 부족한 소아청소년과 병원과 전문의 수가 더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연구원의 2022년 서울시 개인병원 현황 조사에서 최근 5년간 가장 많이 줄어든 진료 과목은 소아청소년과였다. 2017년 521개에서 지난해 456개로 12.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정신건강의학과가 76.8%, 마취통증의학과는 41.2%, 흉부외과는 37.5%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소아청소년과의 전공의 확보율도 2020년 68.2%에서 지난해 27.5%로 급감했다.

임 회장은 "아이 아픈 걸 낫게 해주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며 "네이버 리뷰는 없애고 맘카페에 올라온 악성 글을 그대로 게시되게 놔두는 운영자에 대해서는 페널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네이버 리뷰 삭제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 소비자는 "네이버 리뷰 등을 통해 정보는 얻는 순기능이 더 크기 때문에 리뷰 삭제 조치는 과하다고 본다"며 "다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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