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발전 문턱 높아진다···“사업권 되팔이 제동”
정부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허가 기준을 높이기로 했다. 허가만 받은 뒤 실제 사업은 진행시키지 않고 사업권을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등의 일탈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다. 다만 재생에너지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달 1일부로 ‘발전사업 세부 허가 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31일 밝혔다.
먼저 발전 사업자의 재무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재원조달 계획 상 사업자의 자기자본 비율을 현행 10%에서 15%까지 높인다. 사업자가 총사업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최소 납입자본금을 확보하고 있는지도 확인하기로 했다.
발전 사업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는지 여부도 면밀히 따진다. 개정안에는 기존에 없던 ‘공사계획 인가 기간’을 새로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사계획 인가 기간은 발전사업자가 사업 허가를 받은 날부터 공사에 착수하는 날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앞으로는 태양광·연료전지 발전은 2년, 육상풍력은 4년, 해상풍력은 5년 안에 발전 시설을 착공하지 않으면 허가가 원칙적으로 취소된다.
발전사업의 준비 기간은 현실성을 고려해 육상풍력의 경우 4년에서 6년으로, 해상풍력은 4년에서 8년으로 늘렸다. 그러나 사업자가 이 기한을 연장하려면 개발행위 허가 획득 여부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기존에는 사업자들이 신청하면 의례적으로 기한 연장을 허용해 왔지만, 앞으로는 실제 사업을 진행시키지 않으면 연장이 불가능하도록 바뀌는 것이다.
풍력발전의 경우 풍황계측기 유효기간 제도를 도입한다. 풍황계측기는 풍력발전을 통해 전기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장비다. 사업자는 계측기 설치허가일로부터 3년 이내에 발전 사업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풍력 사업자 간 부지가 중복될 경우, 계측기 설치 순서에 따라 정부가 우선순위를 부여한다는 점을 악용해 부지선점 및 매매 목적으로 계측기를 설치하는 사례가 빈번한 데 따른 조치다.
산업부는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사업권 중도 매각 등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데 몰두하거나, 지연시키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며 “허가된 사업이 적기에 이행되도록 촉구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환경단체 측도 이번 조치가 재생에너지 시장에 건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사업권을 되팔면서 발전 단가를 올리는 부정적 효과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100MW(메가와트) 이상 대규모 태양광 발전설비가 받게 돼 있는 환경영향평가는 최소 1년 이상 걸리는데 공사계획 인가 기간 2년은 짧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불량 사업자를 솎아내겠다는 방침이, 현 정부의 태양광 비리 수사 등으로 얼어붙고 있는 국내 재생에너지 투자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신재생에너지학회장을 역임한 이준신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물론 자격 요건에 미달하는 일부 사업자를 걸러내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위축된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의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형태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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