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린다, 린다!”…15살 암 생존자에서 18살 월드컵 스타로

박강수 2023. 7. 3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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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설적인 펑크록 밴드 블루하츠의 데뷔 싱글 '린다 린다'(1987)의 노랫말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시궁쥐처럼 아름다워지고 싶어.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후렴구에서 린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짖는 이 노래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움을 매개 삼아 마음을 전하는 연가다.

어딘가 울적하지만 낙천적인 노랫말과 청량한 멜로디 속에 스페인어로 '아름답다'는 뜻을 가진 '린다'(Linda)라는 이름은 한층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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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여자 월드컵]콜롬비아 ‘신성’ 린다 카이세도
콜롬비아 여자 축구대표팀의 린다 카이세도가 30일(한국시각) 호주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독일과 2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시드니/AFP 연합뉴스

일본의 전설적인 펑크록 밴드 블루하츠의 데뷔 싱글 ‘린다 린다’(1987)의 노랫말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시궁쥐처럼 아름다워지고 싶어.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후렴구에서 린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짖는 이 노래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움을 매개 삼아 마음을 전하는 연가다. 어딘가 울적하지만 낙천적인 노랫말과 청량한 멜로디 속에 스페인어로 ‘아름답다’는 뜻을 가진 ‘린다’(Linda)라는 이름은 한층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콜롬비아 여자 축구대표팀의 2005년생 공격수 린다 카이세도(18·레알 마드리드)는 그런 맥락에서 이름이 잘 어울리는 선수다. 카이세도는 10대 나이에 이미 콜롬비아 대표팀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남미의 축구 천재다. 14살이었던 2019년 프로팀에 데뷔했고 같은 해 성인 국가대표팀에도 부름을 받았다. 지난해 코파 아메리카 페메니나에서는 조국을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대회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기세를 몰아 올해에는 명문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 입단했다.

독일전 선제골을 넣은 뒤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카이세도. 시드니/AFP 연합뉴스

전형적인 축구 신동의 ‘꽃길 무용담’이지만 카이세도의 삶을 결정지은 더 중요한 사건은 축구장 바깥에서 찾아왔다. 3년 전, 막 축구 선수로서 가능성을 만개하기 시작했던 그는 난소암 진단을 받았다. 2020년 3월 카이세도는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뒤 항암 치료에 돌입했다. 그는 “다시는 프로 레벨의 축구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그 시절을 돌아봤다. 항암 치료는 6개월 가량 지속했다. 전도유망했던 카이세도의 축구 인생은 그대로 멈춰 섰다.

그를 대표팀에 발탁했던 넬슨 아바디아 콜롬비아 감독은 수술대에 오르는 카이세도를 안심시키며 “너는 (축구장으로) 돌아올 것이고,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독려했다. 아바디아 감독의 말처럼 카이세도는 곧 완치 판정을 받았고 훈련에 복귀했다. 이후 이야기는 앞서 말한 대로다. 연령별 대표팀에 복귀해 17살 이하 남미 챔피언십, 20살 이하 여자월드컵(코스타리카), 17살 이하 여자월드컵(인도)을 모두 소화했고, 생애 첫 월드컵 무대도 밟았다.

카이세도의 선제골이 터지자 열광하는 콜롬비아 팬들. 시드니/EPA 연합뉴스

지난 25일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H조 한국과 1차전, 카이세도는 월드컵 본선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했다. 브라질의 여자 축구 영웅 마르타 비에이라(2003년) 이후 남미 선수로는 월드컵 최연소 득점이다. 이어서 카이세도는 독일과 2차전 후반 7분께 상대 수비가 즐비한 페널티 박스 안에서 여유롭게 좌우 양발 드리블로 공간을 만들어낸 뒤 오른발 감아차기로 선제골을 뽑아내며 콜롬비아의 두번째 승리(2-1) 밑돌을 놨다.

카이세도는 ‘비비시’(BBC)와 인터뷰에서 “저는 아직 어리고 많이 배워야 한다”라며 “성인 무대 월드컵은 이번이 처음이니 즐기고 싶다. 저에게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이미 인생에 대해 너무 많이 배운 그에게 월드컵이나 축구가 주는 압박감은 보이지 않는다. 벌써 조별리그에서 2득점을 올리며 팀을 일찌감치 16강에 올려놓은 카이세도를 향해 콜롬비아의 팬들은 “린다!”를 목놓아 외친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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