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수출제한 후폭풍, 갈륨 20%↑…K반도체·디스플레이 '불똥튈라'

이재윤 기자 2023. 7. 3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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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사진=뉴스1

중국의 광물 수출 규제가 장기화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중 기술패권 갈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광물 수출 규제 기간이 장기화 되고, 추가적으로 다른 광물로 확산 될 경우 국내 주요 산업까지 불똥이 튈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다.

31일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가 시작된다. 중국에서 관련 광물을 수출하기 위해선 별도로 승인받아야 한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3일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전력 반도체 주요 소재인 갈륨·게르마늄 수출을 제한했다. 통제 대상에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게르마늄(Ge) 에피택셜 성장 기판 등도 추가됐다.

중국이 수출 규제를 제한하면서 국제시장에서 갈륨 가격이 급등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갈륨 가격은 지난 28일 기준 1㎏당 338.75달러(약 43만원)으로 지난달 30일 282.5달러(35만원)보다 19.9%가량 급등했다. 게르마늄 가격은 지난 5월 1㎏당 6600위안(117만원)에서 지난 28일에 6850위안(121만원)으로 4%가량 올랐다.

중국은 세계 갈륨 생산량의 95%, 게르마늄 생산량의 67%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생산국이다. 미국 지질 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1년 사이 미국 갈륨 수입량의 53%는 중국이다. 중국 이외에 독일·일본이 각각 13%, 우크라이나 5%, 기타 국가에서 16%를 조달하고 있다. 게르마늄은 중국으로 전체 수입의 54%를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출 규제 대상 광물인 갈륜은 전력 반도체와 발광다이오드(LED) 등의 제조에 쓰이고 태양광 패널, 레이더, 전기차에도 들어간다. 게르마늄은 광섬유 통신, 야간 투시경, 인공위성용 태양전지 등의 주요 재료다. 업계에 따르면 관련 업체들은 중국의 수출제한 조치 발표 이후 수입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자료사진./사진=뉴스1

문제는 미·중 기술패권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의 수출 규제 기간이 늘어나거나 항목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당초 중국의 광물 수출 규제 결정이 내려진 직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을 찾기도 했지만 결국 수출 규제는 시행되게 됐다. 미국은 다음달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중국 투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진다.

단기적으론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수 있지만 장기화 될 경우 상황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초 중국의 광물 수출 결정이 발표됐을 때도 산업계와 정부가 긴급 점검을 진행했을 때도 단기적으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전력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소재라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 특성상 하나의 원·부자재만 부족해도 전체 공정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완제품에 들어가는 다른 부품들도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게 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를 주요 부품으로 쓰는 IT(정보통신) 기기나 서버 등을 비롯해 완성차 등의 공급차질에 따른 수급 불균형도 우려 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중국과 미국의 기술패권 전쟁이 심화되고, 수출제한 광물 품목이 늘어나게 되면 한국도 영향권에 들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당장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여전히 중국에 의존도가 높은 주요 광물이 많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원자재 수출을 제한하게 되면 사실상 가동을 멈춰야 하는 공정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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