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자력연, ‘암 치료’ 방사성의약품 원료 대량생산 기술 개발

최지원 기자 2023. 7. 3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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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에 있는 양성자 가속기 시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25년까지 양성자 가속기에서 방사성의약품으로 활용 가능한 ‘구리-67’을 대량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방사성의약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원자력연 양성자과학연구단은 치료용 방사성 물질인 ‘구리-67’를 고순도로 분리해낼 수 있는 분석법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원은 2025년 구리-67의 대량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대장암, 방광암 등 치료 옵션이 적었던 암종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길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체내 피폭 적고 진단·치료 동시에 가능해

방사성의약품은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단백질(리간드)에 방사성 물질을 결합한 차세대 항암 치료제다. 기존 방사선 치료의 경우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도 광범위하게 공격해 부작용이 컸다. 방사성의약품은 방사성 물질을 암세포에 정확히 배달하는 일종의 ‘유도 미사일’이다. 치료 효과가 크고 부작용이 작아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을 분리, 정제하는 것이 까다로워 균일한 품질의 의약품을 대량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원자력연이 개발한 기술은 구리-67을 정확하게 분리해낼 수 있는 분석법이다. 구리-67은 암 진단에 사용하는 감마선과 치료에 필요한 베타선을 모두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다.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다. 치료 후 종양의 크기가 어느 정도 감소했는지 등 치료 효능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반감기가 짧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구리-67의 반감기는 2.5일로, 현재 방사성의약품으로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 ‘루테튬-177’보다 4.2일 정도 짧다. 만약 체내에서 방사성 물질과 암세포까지 데려다주는 단백질이 분리될 경우 방사성 물질이 다른 정상 세포를 피폭시킬 수 있다. 구리-67의 경우 반감기가 짧아 피폭 위험이 적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그간 구리-67이 의약품으로 개발되지 못했던 것은 구리-67이 방출하는 감마선이 불순물인 ‘갈륨-67’의 감마선과 동일해 분리·정제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원자력연 양성자과학연구단 입자빔이용연구부의 박준규 연구원팀은 두 물질의 반감기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감마선 방출강도와 반감기 정보를 이용해 구리-67을 분리할 수 있는 분석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고순도의 구리-67을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연구진은 국내 주요 병원에 연구용 구리-67을 제공하고 있다. 2025년부터 경북 경주시에 있는 양성자 가속기를 이용해 구리-67의 대량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대량 생산공정을 갖추고 나면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게 기술이전도 가능하다. 가속기 이용료를 지불하고 구리-67을 생산해 의약품으로 개발할 수 있다. 정명환 입자빔이용연구부 연구원은 “현재 국내 여러 바이오 기업들과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SK바이오팜, 테라파워 협업해 방사성의약품 개발 총력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클래리베이트는 방사성 의약품 시장이 2030년까지 120억 달러(약 15조2760억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는 지난해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전립선암 방사선의약품인 ‘플루빅토’를 승인받았다. 지난해 4분기(10월~12월) 플루빅토 매출은 1억7900만 달러(약 2280억 원)였다.

노바티스는 올해 초 생산 품질에 문제가 생겨 의약품 공급이 중단된 바 있다. 회사는 이를 해결해 2024년까지 연간 25만 회분(도즈)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전문가들은 25만 도즈를 모두 판매할 경우 현재 가격 기준 약 80억 달러(약 10조1912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노바티스 외에도 사노피, 바이엘 등 여러 글로벌 제약사가 방사성의약품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팜, 퓨처켐, 듀켐바이오 등의 바이오 기업들이 방사성 물질을 개발 중이다. SK바이오팜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방사성의약품을 미래먹거리로 손꼽았다. 이날 회사는 SK그룹이 투자한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를 통해 방사성 물질 ‘악티늄-225’를 제공받아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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