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일 울린 콜롬비아 카이세도, 난소암 극복하고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최고 스타로 우뚝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서 두 경기 연속골로 한국과 독일을 울린 콜롬비아의 린다 카이세도(18·레알 마드리드)가 조별리그 최고 스타 중 한 명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선 경기에서 활약은 물론 난소암을 극복하고, 대표팀과 세계 최고 명문 구단에서 뛰게 되는 과정까지 조명받는다.
카이세도는 30일 독일과의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후반 8분 환상적인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독일 수비수가 앞뒤로 2명이 달라붙었지만, 팬텀 드리블로 제치고 슛각을 만들어낸 뒤 감아 차기로 상대 골문 오른쪽 위 구석에 꽂히는 원더골을 기록했다.
콜롬비아는 이 선제골로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고, 후반 추가시간 터진 마누엘라 바네가스의 골을 더해 2-1로 독일을 꺾었다. 독일은 1995년 대회 이후 조별리그에서 처음으로 졌다.
어린 나이, 순전히 개인 기술로 만들어 낸 골에 전 영국 남자축구 대표팀 공격수 마이클 오언을 연상케 하는 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오언은 만 18세이던 1998 프랑스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에서 30여m를 드리블한 뒤 골을 넣으며 단숨에 스타가 됐다.
카이세도는 앞서 지난 25일 한국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골로 콜롬비아 여자축구의 새 역사도 썼다. 만 18세 153일에 넣은 골로 역대 최연소 득점자에 올랐다. 콜롬비아가 속한 대륙인 남미로 범위를 넓혀도 브라질 여자축구의 아이콘 마르타 비에이라 다 시우바(37·올랜도 프라이드)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다.
그런 카이세도도 꽃길만 걸어오진 않았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과거 나처럼 어려운 시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려운 상황도 극복할 수 있다는 본보기다”고 말했다. 카이세도는 2019년 7월, 만 14세 나이로 자국 클럽 아메리카 데 칼리에서 뛰며 프로 무대에 데뷔했고, 그해 11월 처음 대표팀에 소집되는 등 탄탄대로를 달렸다. 그러던 이듬해 3월 난소암 진단을 받고, 난소 중 하나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카이세도는 이후 6개월간 항암 화학치료에 전념한 결과 암을 극복했다. 2022년에는 남미 17세 이하 여자 챔피언십, 코스타리카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인도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코파 아메리카 페메니나 등 4개의 국제 대회를 소화하며 맹활약했다. 최우수선수상 후보에 오르는 등 코파 아메리카 페메니나에서 카이세도의 활약을 눈여겨본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는 그가 만 18세가 된 지난 2월 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앙헬로 마르시글리아 대표팀 코치는 “카이세도는 늘 볼을 쫓아다니고 절대 숨지 않는다”며 “다른 행성에서 온 것 같은 정말 특별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카이세도는 “나는 아직 어리고 많이 배워야 한다”면서 “첫 월드컵 출전인 만큼 즐기고 싶다. 나에게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며 상위 라운드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콜롬비아는 오는 3일 오후 7시 한국을 상대로 여자 월드컵 첫 승을 거둔 모로코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승점 6점을 챙긴 콜롬비아는 모로코에 대량 실점으로 패배하지 않는 이상 16강 진출이 유력하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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