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아이의 현재 모습”…AI로 되살린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희생자들
수십년 전 실종된 사랑하는 가족이 지금 살아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아르헨티나의 군부독재 정권 시절 자식과 손주를 잃었던 사람들이 40여년 만에 현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통해 가족과 재회했다.
30일(현지시간) 엘파이스 등 해외매체에 따르면 1976-1983년 이른바 ‘더러운 전쟁’이라고 불리는 아르헨티나 군사독재 정권 당시 납치·감금·강제 입양 등으로 인해 실종된 사람들의 현재 모습이 인공지능(AI)으로 구현됐다. 그래픽 디자이너 산티아고 바로스는 생성형 AI를 통해 독재 정권에 의해 실종됐던 50여명을 오늘날의 모습으로 재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976년 아르헨티나 군사 쿠데타 이후 약 500여명의 영유아를 비롯해 약 3만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당시 감금된 임신부들은 아이들을 빼앗겼다. 이후 실종자의 가족들은 ‘5월 광장의 할머니회’ 등을 설립해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133명의 실종자들이 가족들과 다시 만났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한 작가 바로스의 친척 역시 군부독재 희생자 중 한 명이었다. 바로스는 생성형 AI인 ‘미드저니’를 통해 부모 및 조부모의 초상화를 이용해 자녀들의 모습들을 구현해냈다. 대부분은 5월 광장의 할머니회의 아카이브에 있는 사진들을 이용했지만, 실종자의 가족들이 작가에게 직접 사진을 보낸 경우도 많았다. 실종자의 가족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실종자를 찾는 것을 홍보하고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을 기대했다.
프로젝트의 공식 인스타그램(IAbuelas)에는 AI가 예측한 실종자의 현재 모습과 이들의 부모 사진도 함께 게재돼있다. 각 게시물에는 가족의 이름과 성 등 간략한 정보가 함께 담겼다. 공식 계정이 생겨난 지 며칠 만에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계정을 팔로우했다.
다만 주최측은 이것이 과학성이 부족하고, 경우에 따라 혼란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유포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바로스는 “실종자들을 기억하고 알리기 위한 운동일 뿐”이라며 “이러한 범죄가 일어났고, 또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공포를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자의 가족들도 실종자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DNA 검사 및 분석이라고 강조했다. 실종자 단체는 이 프로젝트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실종된 가족을 찾는 확실한 방법은 국립유전자데이터은행을 통해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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