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리포트] 하늘의 강 넘치고 땅의 둑 붕괴, 싼샤댐 22개 터진 지구 수증기

현인아 2023. 7. 3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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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외전]

충남 논산천 제방이 붕괴하면서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입니다.

새벽 5시 40분쯤.

높이 11.5m, 길이 50m 구간의 제방이 무너졌습니다.

초당 90톤씩 25만 톤의 물이 마을을 덮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임시 복구로 터진 둑은 막았지만, 언제 폭우가 또 쏟아질지 몰라 불안한 상황입니다.

금강으로 흘러드는 충남 청양군 지천입니다.

밤 11시 30분.

아파트 6층 높이의 제방이 무너졌습니다.

무너진 곳으로 초당 400톤씩 급류가 밀려와 마을을 집어삼켰습니다.

높이 15m, 길이 50m 제방 구간이 무너지면서 약 150만 톤의 물이 쏟아져 들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올림픽 수영장 400개가 넘는 양입니다.

전봇대만 남고 모든 게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전수병/청양군 청소1리 이장] "잠겼죠. 다 (제 키 높이 이상으로요?) 키 높이가 뭐야. 집이 다 잠겼어요."

장마 기간에 전국에서 붕괴한 제방은 300곳이 넘습니다.

그중 249곳이 충청과 경북에 집중됐습니다.

제방이 무너진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됩니다.

첫째 제방의 설계빈도를 뛰어넘는 극단적인 폭우입니다.

[권현한/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이런 하천들은 80년 빈도로 보통 설계돼 있습니다. 80년에 한 번 정도 평균적으로 홍수가 나는 것에 대비한 규모로 설계됐습니다."

그러나 청양과 논산에 쏟아진 비는 이틀간 최고 544mm에 달했습니다.

확률적으로 200년에서 1300년에 한 번 빈도의 극한 폭우로 분석됐습니다.

[권현한/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특정 지점에 내린 비는 1천 년 빈도가 넘는 것으로 추정 되고요. 대부분 지점들이 200년 빈도 이상으로 (추청됩니다)."

올해 장마는 기상관측 사상 가장 강력한 장마 중 하나로 기록됐습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비가 쏟아진 원인은 뭘까요?

이것은 한반도 상공으로 유입되는 수증기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붉은색은 시간당 60mm 정도, 밝은 분홍색은 시간당 최고 70mm 이상의 폭우를 쏟아낼 수 있습니다.

막대한 수증기가 장마전선과 저기압을 만나서 폭우로 돌변했습니다.

서태평양 아열대 해역의 수증기가 거대한 강처럼 유입되는 '대기의 강' 현상도 출현했습니다.

하늘의 강이 폭주하자 땅의 강이 범람했습니다.

여름에는 많은 수증기가 유입되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많은 수증기가 일시에 들이닥쳤습니다.

막대한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된 원인 중 하나는 기후 변화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의 기온은 1.1도 상승했습니다.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수증기는 7% 늘어납니다.

수증기 7%는 얼마나 되는 양일까요?

무게로 환산하면 8,900억 톤이 넘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댐인 싼샤댐이 393억 톤 정도니까요.

싼샤댐 22개가 터진 것과 같은 물이 대기에 풀린 겁니다.

이렇게 풀린 수증기가 폭우로 변해 집중적으로 떨어지는 곳 중 하나가 우리나라입니다.

기후 변화로 한반도의 여름 강우량이 늘고 있는데 그중 7월 강우량이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1995년 이전에는 전국 평균 367mm였는데 1995년 이후에는 444mm로 21%나 급증했습니다.

[손석우/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전반적인 강수량 증가보다 극단적인 강수량 증가가 더 뚜렷합니다. 그래서 비가 내릴 때 더 많이 내리고요."

장마가 끝난 뒤 8, 9월에 오는 비도 무섭게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 반지하 참사를 부른 수도권 폭우는 8월 8일, 포항 지하 주차장 참사는 9월 6일에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지금과는 다른 대응이 필요합니다.

취재팀이 확인한 제방들은 모두 강물이 월류하기 전에 붕괴했습니다.

청양군 제방은 수위가 제방보다 1m, 논산천은 4m나 낮은 상황에서 무너졌습니다.

[권현한/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붕괴한 곳은) 상대적으로 약한 취약 지점이었던 것 같고요. 그쪽으로 물이 스며들면서 제방이 (터진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기존 제방을 튼튼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설계빈도 50년에서 200년 수준의 기존 제방으로 극한 폭우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전국의 제방을 일시에 다 뜯어고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곳부터 바꿔 나가야 합니다.

도심지나 인구 밀집 지역 그리고 산업단지는 지금의 설계 기준을 뛰어넘는 강력한 방어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방 강화만큼 중요한 건 조기경보입니다.

제방이 붕괴하면 물이 삽시간에 마을로 밀려옵니다.

특히 새벽이나 늦은 밤에 둑이 터지면 대피할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최명복/청양군] "(물이 순식간에 들어왔어요?) 순식간에 들어왔어. 그래서 방심했으면 여기도 다 죽었어."

제방이 무너지기 전 먼저 발령되는 게 홍수특보입니다.

홍수특보가 발령되면 새벽이나 한밤중이라도 즉시 대피할 수 있도록 피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합니다.

기후환경 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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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아 기자(inna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1400/article/6509442_3617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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