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우윳값 인상 자제 요청에..."손해보고 팔야야할 판" 시름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정부가 유업체를 불러 원유(原乳) 가격 인상이 과도한 유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협조를 당부한 가운데 유업계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흰 우유 등에 사용되는 원윳값이 10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오른 데다 저출산 여파로 흰 우유 소비량이 감소해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지만 정부가 우유 가격 압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정부와 유업계 등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28일 서울우유,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유업체 10여 곳을 불러 간담회를 갖고 원윳값 인상이 과도한 유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지난 7일에 이어 벌써 올 들어 두 번째다.
이는 원윳값 인상으로 흰우유를 비롯한 유제품은 물론 아이스크림, 빵, 과자, 커피 등 관련 제품 가격이 덩달아 상승하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우려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올해 원유 가격 인상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10월1일부터 흰우유 등 신선 유제품 원료인 음용유의 원유 기본가격은 ℓ당 88원 오른 1084원, 치즈 등 가공유용 제품 원유 가격은 ℓ당 87원 인상된 887원이 된다. 원윳값이 ℓ당 1000원이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8월1일부터 적용 예정 이었지만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개월 늦췄다.
정부가 밀가루·라면 등 식품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을 한 데 이어 이번엔 두 차례나 유업체를 불러 우유 가격 인상 자제를 권고하자 업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원유 가격 인상에 따른 우유 가격 상승 요인이 크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요 제품별 우유 함량 비중까지 공개하며 가격 인상 자제를 압박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낙농제도 개편과 생산비와 우유 소비 시장 상황을 반영해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올해부터 시행돼 유업계의 원유 구매 부담이 최대 1100억원 정도 감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업계는 물가안정이라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마진 자체가 거의 없는 흰우유를 인상하지 않는 다면 손해보고 팔아야 할 판"이라며 우유가격 인상 자제 요구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우윳값은 핵심 원료인 원유 가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데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 제품 가격도 인상될 수 밖에 없다. 원유 인상폭에 따라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라는 게 유업계 입장이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ℓ당 49원 올랐을 때 우유업계는 우유 가격을 10% 가량 올린 바 있다. 서울우유는 흰 우유 출고가를 5.5% 올렸고, 남양유업은 9.9%, 매일유업은 7.7% 인상했다.
이에 지난해 말 흰우유 1ℓ 소비자 가격은 2800원 안팎으로 인상됐다. 올해는 원유 가격이 더 큰 폭 오르면서 흰우유 가격은 1ℓ들이가 3000원을 넘길 전망이다.
유업계는 정부의 우유값 인상폭 자제 요청도 있는 만큼 인상폭을 최소화 할 계획이지만, 저출산에 따른 우유 수요 감소 등으로 경영 환경도 어려워 지고 있어 우유값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원유가격이 ℓ당 88원 올랐기 때문에 인상을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최소폭으로 인상할 계획"이라며 "전반적인 영업이익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흰우유는 영업이익이 1%대로 수익이 안 나는 제품이기 때문에 원유가격 인상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우유는 온 국민이 즐겨서 마시는 제품이다 보니 고객의 부담을 최소화 하기 위해 인상폭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 결정할 계획"이라며 "10월1일부터 인상된 원윳값이 적용되는 만큼 남은 기간동안 다각도로 고민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업계는 흰우유의 경우 다른 유제품과 달리 마진이 적고, 원유 가격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큰 폭 올랐는데 반영하지 않는 다면 적자를 보고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특히 흰우유의 경우 원유 비중이 높기 때문에 마진이 거의 없어 원유 가격이 오르면 가격을 그대로 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상 정해진 가격의 원유의 일정물량을 낙농가로부터 반드시 매입해야만 하는 '원유 쿼터제(할당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업계 관계자는 "음용유가 과잉되는 상황을 고려해 유업계가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음용유 물량을 줄이는 등 원유 쿼터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가공유를 현행과 같이 ℓ당 600원에 구매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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