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간부, 술먹고 출동대원 대리기사 시켜···감찰은 ‘봐주기’
신고 직원들은 타 부서 전출
“조직 화합 차원…문제 없다”
현직 경찰 간부가 사석에서 술을 마신 뒤 인근 사건 현장에 출동한 관용차와 부하 직원을 불러 대리운전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건을 포함한 갑질 행위 신고를 받았으나 해당 간부를 불문 처리하고 오히려 신고한 직원들을 ‘조직 화합 차원’이라며 타 부서로 전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강원 춘천경찰서 소속 팀장 A경감은 지난 4월10일 음식점에서 술을 마신 뒤 당직 근무자에게 전화를 걸어 “나 여기 음식점인데 태워다 주면 안 될까?”라고 말했다. 당직 근무자는 “술을 많이 드셨느냐”며 “(팀원들이) 다 (신고) 나가 있다” 했으나, A경감은 재차 팀원들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요구했다.
당시 당직 근무를 서던 팀원 2명은 관용차를 타고 사건 현장에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A경감 요구로 이들은 차를 돌려 술집으로 향했다. A경감은 당일 오후 10시20분쯤 부하 직원들이 모는 관용차를 타고 집 근처 술집에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A경감은 여경들에게 직속 상사인 B경정의 아침 커피를 챙기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직원들에 따르면 A경감의 지시로 인해 매일 아침 팀 소속 여경들은 돌아가면서 B경정이 마실 커피를 직접 내려야 했다. 또 오전 11시쯤에는 B경정을 찾아가 “점심 식사는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물어야 했다. 참다못한 직원들이 갑질이라며 신고한 뒤에야 A경감은 “앞으로 과장님(B경정) 커피는 안 챙겨주셔도 될 거 같다”고 여경 단톡방에 공지했다.
A경감은 회의 중 직원들에게 “야 이 XX가”라며 욕설을 하거나, “근무평정 안 필요하냐”며 언급하며 압박한 혐의로도 진정을 당했다.
그러나 강원경찰청 감찰계는 지난 4일 A경감에 대해 ‘불문 조치’ 처분을 내렸다. 불문 조치란 진정인의 가해행위가 인정되지만, 여러 참작할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징계나 경고 처분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강원청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A경감이 음주 후 운전을 강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언급할 순 없지만 여러 사정을 종합해 불문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강원청이 A경감에게 면죄부를 주어 2차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가해자인 A경감은 아무런 인사 조처를 받지 않은 반면 피해를 주장한 직원들은 31일 다른 부서로 전출됐다. 춘천경찰서장은 통화에서 “조직 화합 차원에서 내린 판단”이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A경감은 “감찰 과정에서 모든 해명을 했다”며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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