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스처럼 그려보고, 그림책 작가 되어볼까 [여름방학 미술전시회]

한겨레 2023. 7. 3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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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 러브 앤 재즈’ 전시회에는 아이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미술 활동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CxC아트뮤지엄 제공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됐다. 여름방학 집에만 있자니 시간이 아깝고 나가자니 더위가 부담스럽다. 시원한 공간에서 아이들의 감성을 고양시키면서 재미난 체험으로 가득한 미술 전시회들을 소개한다.

교과서 속 그림이 내 눈 앞에, 마티스

교과서에서만 보던 ‘야수파의 거장’ 앙리 마티스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 건대입구역에 위치한 CxC아트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앙리 마티스, 러브 앤 재즈’는 날렵하고 리드미컬한 선과 생동감 넘치는 색감으로 유명한 마티스의 작품들을 즐길 수 있는 전시회다.

이번 전시회는 마티스 서거 70주년을 앞두고 그가 인생 후반부에 남긴 판화, 아트북, 포스터 등의 작품 15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앙리 마티스의 직계 후손인 장 마튜 마티스가 세운 ‘메종 마티스’의 전폭적인 후원으로, 현대 작가들과 협업으로 만들어낸 마티스 헌정 에디션 소품들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전시회는 마치 마티스의 아틀리에 문을 열고 들어가는 분위기로 연출되어 있다. 첫번째 섹션의 이름은 ‘하우스 오브 마티스’다. 마티스가 앉아서 작업을 했을 거 같은 고풍스러운 책상과 벽난로 등을 둘러싸고 그의 작품들이 걸려 있다. 두번째 섹션에서는 마티스의 예술적 유산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재즈’를 만나볼 수 있다. 마티스는 1943년 무려 12개월 동안 병상에 누워 가위, 풀, 그리고 핀을 이용해 아티스트북 형식의 ‘재즈’를 만들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당시 만들어진 ‘재즈’의 오리지널 아티스트북을 전시 중이다.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마티스의 강렬한 색상과 풍부한 형태, 장식적인 요소에 영향을 받은 산업 예술가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알려진 ‘메종 마티스 에디션 화병’은 마티스로부터 받은 영감을 도자기 화병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멘디니를 비롯해 여러 아티스트들이 마티스를 오마주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마티스 말년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로사리오 성당과 내부의 상세 벽화를 재현한 섹션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앙리 마티즈, 러브 앤 재즈’ 전시회의 미디어아트 섹션은 마티스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CxC아트뮤지엄 제공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체험 코너와 미디어아트 섹션이다. 마티스처럼 색종이를 가위로 오리고 붙일 수 있는 체험과 스탬프 체험이 마련돼 있어 아이들을 흥분하게 한다. 사방이 화려하고 역동적인 마티스의 작품으로 둘러싸여 다양하게 변화하는 미디어아트 섹션은 마티스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 있는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작품도 감상하고 관련된 미술 활동도 하고 싶은 어린이라면 ‘미술관 이야기’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좋겠다. 오리고 붙이는 등의 작업을 통한 단순하면서 생동감이 넘치는 마티스 미학은 어린이들의 눈높이와 잘 맞는다. 5살부터 16살까지 신청이 가능하며, 네이버에서 ‘미술관이야기’를 검색해서 예약할 수 있다.

인터넷에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마티스를 만나볼 수 있다”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의 감성 체험과 정서에 도움이 된다”는 평이 많다. 전시는 12월31일까지다.

예술성·서정성 겸비한 백희나 전시회

구름으로 만든 빵, 달로 만든 샤베트 등 독보적인 상상력의 세계를 구축한 백희나 그림책 작가의 작품들을 대규모로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백희나 작가는 2020년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알사탕>이 이탈리아 대표 아동문학상인 프레미오 안데르센에서 2023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

‘백희나 그림책전’은 하루 3천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다. 예술의전당 제공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백희나 그림책전’은 백 작가의 첫번째 책인 <구름빵>에서부터 <달 샤베트> <장수탕 선녀님> <알사탕>과 최신작 <연이와 버들 도령>에 이르기까지 총 11개 창작 그림책을 △그래서 가족 △기묘한 선물 △달달한 꿈 △나만의 비밀 등 4개의 주제로 구성해 소개한다. 그림책 속 다양한 등장인물과 장면들이 140여점의 작품 세트와 함께 실감 미디어 콘텐츠로 구현돼 있다.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작품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구성됐다.

스타 작가답게 관람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예술의전당 쪽은 “하루 평균 1500명 정도 관람객이 다녀갔는데 여름방학이 시작되고는 하루 평균 3000명씩 다녀가고 있다”고 전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은 백 작가의 특장이다. 거기에 빵, 샤베트, 알사탕, 솜사탕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먹거리가 그림책의 주요한 소재가 되는 점도 아이들을 매료시키는 포인트다. 한지와 헝겊, 골판지, 사진 등 다양한 재료를 통해 완성된 입체적이면서 서정성과 예술성이 뛰어난 오브제들은 아이들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백희나 작가는 “전시를 본 뒤 어린이가 ‘나도 뭔가 만들어보고 싶다’ ‘집에 가서 나도 그림책을 만들어야지’ 하는 용기와 희망이 생기는 전시가 되면 좋겠다”며 “내 작품이 누군가에게 모티베이션이 되면 작가로서 큰 영광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10월8일까지다.

한편, 백희나 작가의 <달 샤베트>는 음악극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8월6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어린이 가족 페스티발’에서 상연중이다.

‘애묘 가족’을 위한 전시

고양이를 좋아하는 어린이라면 고양이를 원없이 즐길 수 있는 전시회가 있다.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고양이를 그린 화가 루이스 웨인전’은 ‘고양이 화가’로 유명한 영국의 국보급 화가 로이스 웨인의 드라마틱한 삶과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회다. 작가의 반려묘 피터 등 고양이들의 개성 있고 귀여운 모습을 스토리텔링으로 구성한 전시회는 어린이 가족들에게 따뜻한 웃음을 준다.

잡지 삽화가로 활동하던 루이스 웨인은 투병 중인 아내를 위해 입양한 반려묘 피터를 그렸다가 이 그림이 ‘루이스 웨인 고양이’로 이름을 날리며 스타 작가로 등극했다. 영국의 모든 가정에 고양이 그림이 없는 집이 없었다고 할 만큼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웨인은 이런 명성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죽음과 현실감각 부족으로 항상 빈곤에 시달렸고 결국 정신질환을 앓다가 극빈자 병원에서 사망했다. 웨인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서 붓을 놓지 않고 고양이를 그렸는데, 이번 전시회에서는 웨인이 전성기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남긴 다양한 모습의 고양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와 연계된 교육 프로그램인 ‘루이스 웨인 위드 아트 스튜디오’는 강사와 함께 작품을 감상하고 움직이는 고양이 친구들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스토리텔링식 교육으로 만약 고양이가 사람이라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생각을 할까에 대한 질문과 답을 주고받으며 작품을 창작한다. 전시는 8월31일까지다.

루이스 웨인의 작품. 강동아트센터 제공

체험이 듬뿍,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은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 가족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관에서는 8월1∼4일 여름방학 특별프로그램 ‘많많 놀이터’를 진행한다. ‘많많 놀이터’는 어린이 및 가족들이 각자의 관심, 욕구, 속도에 따라 놀이의 참여 방식을 결정하는 열린 프로그램이다. 각자 준비된 간단한 재료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다양한 놀이의 재미와 경험을 통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많많 친구들’은 도예토를 비롯한 다양한 질감의 재료를 체험해보며 손 감각을 섬세하게 깨울 수 있도록 마련됐다.

유아·어린이 등 미취학 아동 대상 예술놀이 교육 ‘빙글빙글 미술관’은 미술관 공간탐색 프로그램이다. 미술관 공간과 현대미술의 특성을 보드게임형 자료를 활용하여 예술, 체험, 감상 전체를 포괄하는 교육으로, 당일 현장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과천 어린이미술관은 현재 진행 중인 ‘예술가의 지구별연구소’ 전시와 연계해 8월20일까지 여름방학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걷기 운동’ 캠페인은 윤호섭 작가의 작품을 감상한 후 교육활동지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생활 속에서 걷기를 실천하는 사진을 촬영해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올리면 폐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어린이미술관 열쇠고리를 기념품으로 제공한다. 또 과천관 어디에서나 감상도 하고 그림도 그릴 수 있도록 재료를 대여해준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국립현대미술관에는 어린이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들이 마련돼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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