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천재’가 결국 해냈다···안세영,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한국 女단식 첫 세계랭킹 1위 등극
배드민턴 여자단식 간판 안세영(21)이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했다.
안세영은 31일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발표한 새로운 세계랭킹에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랭킹포인트에서 10만3914점을 쌓아 10만1917점을 기록한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밀어내면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안세영이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한국 선수가 여자단식에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것은 1996년 방수현 이후 안세영이 처음이다. 안세영은 지난 4월 메이저대회 전영오픈 우승에 이어 세계랭킹에서도 27년 만에 방수현의 뒤를 이었다.
안세영은 지난 3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BWF 월드투어 슈퍼750 일본오픈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5위 허빙자오(중국)를 2-0(21-15 21-11)으로 제압하고 지난 23일 코리아오픈 우승에 이어 2주 연속, 올시즌 7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 우승으로 기존 1위 야마구치를 랭킹포인트에서 처음으로 추월했다.
BWF랭킹은 최근 1년 동안 참여한 세계대회에서 획득한 포인트 중 가장 높은 10개를 합산해 계산한다. 원래 1년 사이 같은 대회가 2차례 열릴 경우 앞 대회 성적은 랭킹 포인트 계산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열린 일본오픈이 그 사례다. 지난해에는 일본오픈이 8월30일부터 9월4일까지 열렸다. 최근 1년으로 계산하면 지난해와 올해까지 두 번의 일본오픈이 열렸지만 랭킹포인트 계산에서는 지난해 일본오픈 성적은 제외되는 것이 원칙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몇 년 간 대회 개최가 불규칙해지면서 이 규정을 유동적으로 적용해왔던 BWF는 이제 규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계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일본오픈은 야마구치가 결승에서 안세영을 꺾고 우승했다. 당시 우승으로 땄던 점수가 빠지면서 기존 1위였던 야마구치의 점수는 10만4517점에서 10만1917점으로 줄었다. 야마구치는 지난주 코리아오픈에서 4강 탈락한 데 이어 일번 일본오픈에서도 결승에 오르지 못하는 등 최근 부진해 점수를 쌓지 못했다.
반대로 올시즌 독주하고 있는 안세영이 추월하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안세영은 올해 출전한 BWF 대회 중 단체전인 수디르만컵을 제외하면 10개 대회에서 9차례 결승에 올라 7번 우승, 2번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 중 메이저대회인 전영오픈 우승도 포함됐다.
압도적인 페이스로 메달을 수집하면서 랭킹포인트를 쌓은 안세영은 여자 배드민턴을 평정해온 천위페이(중국·3위), 타이쯔잉(4위·대만)에 이어 허빙자오까지 일주일 사이에 모두 연파했다. 그리고 지난해 결승에서 야마구치에게 우승을 내줬던 일본오픈까지 제패하면서 세계 1위에서 결국 야마구치를 끌어내렸다.
안세영은 “랭킹 1위는 전혀 욕심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세계랭킹은 그 시기 최고의 선수를 상징하는 지표다. 특히 이제 8월 세계선수권대회, 9월 아시안게임까지 2연속 최대 국제대회를 앞두고 있다. 안세영은 세계 1위로서 자존심을 갖고 큰 대회에 나간다. 특히 세계선수권대회는 지금까지 대회와는 비교할 수 없이 큰 우승 점수가 걸려 있다. 세계선수권까지 제패할 경우 안세영의 장기 독주 체제가 시작될 수도 있다.
안세영은 이제 세계선수권대회에 ‘올인’한다. 이번 대회에서 역시 우승한 여자복식조 김소영-공희용과 함께 국제대회 출전을 쉬고 진천선수촌으로 바로 입촌해 8월 중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준비에 돌입할 계획이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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