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 금통위원 “中企 재무건전성 주의할 때”
72년, 80년, 97년 세차례 위기는 기업부채서 비롯
“중소기업 높은 부채비율·차입금 의존도 주의”
31일 조 위원은 최연교 금통위실 보좌역과 ‘지난 60년 경제환경변화와 한국기업 재무지표 변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1961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기업의 재무 관련 지표를 중심으로 성장성과 안정성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분석한 연구 보고서다.
조 위원은 국내 기업이 기본적으로 산업화 시대에 관치금융의 비호 아래 성장했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금융 개입과 지원에 힘입은 기업은 재무적 안정성보다는 성장성에 초점을 두고 경영했고, 덕분에 고성장이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특유의 정부의 금융개입과 기업의 취약한 재무구조는 1997년 외환위기를 맞게 되기까지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 같은 ‘한국식 성장모델’ 아래에서 기업들의 안정성이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조 위원은 1960년대 이후 국내 경제가 세 번의 위기를 겪었는데 모두 과도한 기업부채의 결과라고 봤다.
1971~72년이 첫번째 위기였다. 1971년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394.2%로 6년전(93.7%)보다 4배 이상 급등한 상태였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도 26.2%에서 55.9%로 솟았다. 당시 정부는 기업이 사금융으로부터 빌린 자금에 대한 상환유예, 대출이자를 강제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8·3 긴급조치’를 실시했다. 조 위원은 이 조치를 놓고 “정부가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위기를 넘겼다”고 평가했다.
두번째는 1980~81년 사이에 있었다. 1979년 10·26 사태에 따른 정국 불안과 경상수지 적자 확대 등으로 기업 평균부채 비율은 487.9%까지 치솟았다. 자기자본비율은 17%로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시 위기 극복에도 우방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차관 등 정부 개입이 필요했다.
1997년 환란도 비슷한 방식으로 위기가 터졌다. 보고서는 “IMF 프로그램에 의한 관리체제에 들어가며 대폭적 안정화 시책과 기업금융 구조조정 과정에 들어감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위원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국내 산업과 금융시장이 글로벌 표준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면서 기업의 재무구조도 큰 변화를 겪었다고 봤다. 보고서는 “기업들은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를 크게 줄이고, 유동비율을 높였다”며 “기업의 안정성은 크게 개선되었나 신규 투자를 줄이게 되어 성장성은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중소기업이 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조 위원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은 외환위기 전까지 대기업에 비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게 쉽지 않았고 이자 역시 더 많이 지급했어야 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강화되면서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성도 개선됐다. 정책금융의 상대적 규모는 축소됐지만 지원 대상은 중소기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중소기업의 재무적 안정성이 저하된 것이다.
조 위원은 “과거 정부의 금융개입과 과도한 지원이 대기업들의 안정성을 저하시켰고 외부충격이나 경기변동에 취약해 위기를 맞게 됐다”며 “중소기업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차입금 의존도, 부채비율, 낮은 이자보상배율이 지속되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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