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초래" "제대로 고치자"…입법공백에도 선거법 불발, 이유는

문창석 기자 이밝음 기자 2023. 7. 3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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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모호한 개정안" vs "개정 시한 지키는 게 더 급해"
8월 본회의 처리 공감…야 "하루빨리" 여 "면밀하게"
지난해 5월 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한 거리에 경기도지사 후보들의 선거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다. 2022.5.26/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이밝음 기자 =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공직선거법 조항의 시한 내 국회 처리가 사실상 불발됐다. 미비한 점을 제대로 고쳐야 한다는 여당과 법 실효로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란 야당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린 결과다. 당장 오는 10월 예정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부터 '무법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7월 내 국회 처리가 무산되면서 제90조 1항과 제93조 1항 등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과 그 처벌 조항은 다음달 1일 0시부터 효력을 잃는다.

공직선거법 제90조 1항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선거운동 관련 현수막 등의 설치를 금지하고, 제93조 1항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 정당·후보자를 명시한 광고·벽보 등을 배부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들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란 위헌성이 인정되지만 즉각 무효로 하면 혼선이 초래될 수 있으니 법 개정까지는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이에 따라 1년의 유예기간인 올해 7월31일까지 법 개정을 마쳐야 했다.

하지만 지난 27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심의했지만 여야가 이견을 보이면서 의결이 보류됐다. 결국 해당 조항은 모두 무효가 되면서 효력을 잃었다. 당장 오는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부터 '입법 공백'이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는 선거 후보자나 일반 시민 누구나 마음대로 선거 현수막을 걸 수 있다.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거나 반대 후보를 비방하는 광고물을 살포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선거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야가 개정안에 이견을 보인 이유는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을 판단할 때 위헌 결정을 내린 103조 3항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누구든지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 또는 야유회, 그 밖의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위헌 결정 즉시 효력을 잃었기에 헌법불합치로 결정된 조항들과 함께 개정이 이뤄져야 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기존 규정을 그대로 둔 채 '30명'을 초과할 때만 모임을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그대로 법사위에 상정됐다. 30명 이하라면 이 5개 형태의 모임을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여당은 5개 형태의 단체와 '30명 초과'라는 기준이 모호하기에 명확하게 고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령 개정안에 따르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라도 참석자가 30명 이하라면 동창회를 열 수 있다. 지난 2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합리적인 기준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야당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개정 시한을 넘겨선 안 되는 만큼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입장이었다. 일부 미비한 점은 있지만 법 실효로 초래될 수 있는 혼란과 비교하면 크지 않으니, 일단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개특위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개정안인데 여당 법사위원들이 월권을 행사했다"고 비판했다.

여야는 8월 말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세부 입장은 조금 다르다. 야당은 혼란을 막기 위해 문제가 없는 조항만이라도 분리해 빨리 처리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개정안이 한번 통과되면 내년 총선에서도 적용될 수 있으니 면밀하게 검토해 모든 조항을 같이 통과시키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헌재가 1년의 유예 기간을 줬는데도 국회가 허송세월하다가 실효 기간이 임박하자 벼락치기로 법안 협상에 나섰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너무 뒤늦게 협상하다보니 정개특위에서 급조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어떤 이유라도 입법이 지연되면서 국민들에게 우려를 가지게 했다는 점에서 여야가 공히 반성해야 한다"며 "8월 초에 빨리 논의를 시작해 8월 중 본회의에서 의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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