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지피티 시대, 학교 체육시간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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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은 쓰지 않으면 약해진다.
인간의 다른 능력도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약해지는 인간의 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보자면 과학기술이 나아질수록 인간 능력은 약해지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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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복 | 중동고 철학교사·인문철학재단 타우마제인 편집위원
근육은 쓰지 않으면 약해진다. 인간의 다른 능력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이 일반화된 지금은 전화번호를 외울 일이 드물다. 게다가 음성 녹음 등 메모와 저장 기능은 날로 좋아지고 있다. 이럴수록 사람들의 암기력은 약해져 간다. 계산은 또 어떤가. 이제는 계산기 없이 숫자를 대하기가 버겁다. 내비게이션이 널리 쓰일수록 ‘길치’는 늘어가고, 외국어 번역기의 성능이 좋아질수록 다른 나라 말에 친숙해지기가 더 어렵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약해지는 인간의 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 문명은 다양한 정보를 얻는 능력 또한 급하게 떨어뜨린다. 정보회사는 나보다 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검색을 하건 길을 찾건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건, 내가 한 모든 행동과 행동은 어딘가 남아 추적되는 탓이다. 검색엔진을 열 때마다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이 ‘추천’으로 가득 따라붙는 이유다. 나에게 주어지는 ‘맞춤형 정보’란 사실 경주하는 말에게 씌우는 눈가리개와 다르지 않다. 내 생각과 다른 의견과 정보를 접하기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챗지피티는 마침내 사람에게서 판단하는 힘마저 앗아가고 있다. 18세기에 이미 라이프니츠는 계산기가 사람들 사이의 논쟁을 사라지게 하리라 믿었다. 그는 모든 근거들을 장치에 넣은 후, “자, 이제 계산해봅시다!”라고 하면 가장 마땅한 결론이 나오는 기계를 꿈꾸었다. 그의 바람은 이제 현실이 되어간다. 챗지피티에 세상의 모든 지식을 넣어준다면, 최적의 답을 알아서 구해주는 시대가 곧 올 듯싶다.
이렇게 보자면 과학기술이 나아질수록 인간 능력은 약해지는 듯 보인다. 헤겔의 주인과 노예 변증법에 따르면, 모든 일을 노예에게 맡긴 주인은 결국 노예의 하인이 되어버리고 만다. 스스로 할 줄 아는 일이 없기에 결국 노예보다 못한 존재가 되고 만다는 뜻이다. 지금의 인류가 이 지경이다. 이대로 간다면 사람은 결국 기계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챗지피티 시대의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할까?
편리한 기계가 많아져 몸 쓸 일이 줄어들수록 체육 시간은 중요하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몸을 움직여야 하는 까닭이다. 직접 계산할 일이 없을수록 수학 시간은 꼭 있어야 한다. 수학 문해력을 잃는다면 숫자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에서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맞춤형 정보 제공이 일상이 될수록 국어와 사회 시간은 더더욱 소중하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접할 기회를 주는 덕분이다. 한마디로 학교는 기계가, 온라인이 주지 않는 경험을 학생들이 하게 해야 한다. 인간다움은 불편함을 견디는 가운데 자라난다. 도덕성은 본능을 이겨내면서 생기고, 튼실한 건강은 고통스러운 운동을 겪으며 갖춰지는 법이다. 명상 등의 마음 챙김, 글씨 연습 등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강조하는 학교들이 눈에 띈다. 이 모두는 챗지피티가 대신하지 못할 교육의 역할이다. 우리 교육의 본보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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