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킥보드 탔다 '면허 취소'…법원 "위법" 판단

지난 5월22일 서울시내 도로에 전동킥보드가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개인형 이동장치 음주운전에 따른 운전면허 취소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1일 뉴시스에 따르면 대구지법 행정단독(판사 허이훈)은 원고 A씨가 피고 경상북도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자동차운전면허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1일 오후 9시55분쯤 음주 상태로 대구시 동구 율하동의 한 식당 앞부터 아파트 정문 앞 도로까지 500m를 개인형 이동장치로 이동했다.

당시 헬멧 미착용 상태의 A씨는 경찰에게 적발됐고 음주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107%로 확인됐다. 경찰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A씨의 제1종 대형, 제1종 보통, 제2종 소형, 제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등 운전면허를 취소했다.

A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운전면허 취소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위원회는 이를 기각했다. A씨는 "전동 킥보드가 음주운전으로 단속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점, 음주운전 거리가 짧은 점, 종별 면허를 모두 취소하는 것은 형평에 반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개인형 이동장치는 사고 시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재물에 피해를 줄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며 "음주운전으로 인한 위험성이 현저히 다른 경우라면 면허취소 및 정지에 대해 다른 기준을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형 이동장치를 음주운전한 경우 경미한 범죄로 취급해 범칙금만 부과하고 있는 점, 운전면허가 생계유지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점, 일률적으로 모든 운전면허를 취소 또는 정지하는 것은 위반행위에 비해 과도한 행정제재라고 판단되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판시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