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명낙회동’ 후폭풍, 혁신위도 때렸다

변문우 기자 2023. 7. 3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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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 “이재명, 혁신위 진행 중인 만큼 굳이 ‘혁신’ 거론 안 한 듯”
非明 “물과 기름의 만남…개딸 대하는 이재명 태도도 그대로”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당초 당내 화합의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되던 '명낙회동'(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회동)이 되레 계파 갈등의 기폭제가 된 모습이다. 두 전·현직 대표가 강조한 '화합'과 '혁신'을 두고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 모두 불쾌감을 표출하면서다. 이런 가운데 당 혁신위원회 일각에서도 이낙연 전 대표의 발언을 두고 "혁신위를 압박하려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28일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단합의 초석" vs "보여주기식 시나리오"

민주당 지도부와 혁신위 모두 공개적으로 '명낙회동' 성과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윤형중 민주당 혁신위 대변인은 31일 통화에서 "이재명·이낙연 두 분 간의 차이는 있어도, 결국 힘을 합쳐서 당의 단합을 이끌어야 한다고 한 부분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날 이재명 대표 측 관계자도 "전·현직 대표 두 분이 당의 목표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다"며 "총선 승리를 위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당내 각 계파 모두 비공개석상에서는 이번 회동을 두고 상대 계파의 '무성의'를 지적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이번 회동도 보여주기에 그쳤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계파 갈등을 봉합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이재명 대표가 하지 않았다는 불만에서다. 비명계 중진인 A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만난 것 말고는 별다른 의미도 없다. 화학적 결합은 전혀 기대도 안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지역구 초선인 B의원도 "역시나 예상 가능한 발언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히려 두 대표가 각자 방점을 찍은 '단합'과 '혁신' 표현으로 계파의 시각 차이만 드러난 셈이라고 주장했다. B의원은 "당내현안을 논의했는데 공개가 안 된 건진 잘 모르겠지만, 결국 핵심은 한쪽은 통합, 한쪽은 혁신을 말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A의원은 "이 대표가 직접 이견차를 정리하겠다고 하거나, 이 전 대표가 도와주겠다고 역할을 제시한 것도 없었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만났다"고 혹평했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의 강성지지층에 대한 태도도 결국 바뀌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A의원은 "이 대표는 개딸(개혁의 딸)들의 행보가 내 뜻이 아니라고 얘기하는데, 결국 늘 하던 얘기"라며 "직접 지시하는 건 아니라도 (개딸 행보에) 편승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들과 절연할 각오가 돼있어야 하는데 안하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데 이 전 대표의 촉구에도 바뀔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혁신위 내부의 불만도 가중되는 모습이다. 혁신위가 있음에도 이낙연 전 대표가 '혁신'을 화두로 띄운 것은, 사실상 현 혁신위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이라는 추측에서다. 이날 오전 시사저널과 만난 혁신위 관계자는 "당 혁신 작업은 지금 진행 중"이라며 "당초 지도부가 합의해서 혁신위를 출범시키고 전권까지 위임한 만큼, 이재명 대표는 굳이 (혁신을) 거론하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이 전 대표가 굳이 혁신을 또 강조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갈등 증폭 우려…혁신위 "특정 집단서 과민 해석"

당내에선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천룰' 뇌관까지 터질 경우, 총선에 치명적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5월 음주운전 전력자와 투기성 다주택자 등은 배제하는 등의 공천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지난 18일 "국민들이 원하신다면 공천룰 문제를 안 다룰 수 없다"며 추가로 공천룰을 손볼 가능성도 있다고 시사했다.

이를 두고 비명계에선 혁신위를 향해 각종 불만을 쏟아냈다. A의원은 "비명계를 다 물갈이할 속셈"이라며 "혁신위는 그냥 '이재명 지킴이' 모임일 뿐이다. 이러고 혁신위원 본인들도 총선 경쟁에 뛰어드려는 목적이 다분해보인다"고 지적했다. B의원은 "전 당원 투표를 거쳐서 확정지은 공천룰을 또 손본다니, 혁신위 본인들 일부터 제대로 해야 하는데 엉뚱한 걸로 포장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혁신위는 지난 1년간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나온 사법리스크, 도덕성 논란 등 본질적 문제부터 건드리고 혁신하라. 이러다 총선도 말아먹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위에선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혁신위 관계자는 "저희 활동을 두고 '특정 계파만 유리하게 한다'는 형평성 논란이 있는데, 저희는 처음부터 계파가 아닌 당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특정 집단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짜고 있다. 본 취지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는데 본인들의 프레임으로 과민 해석하는 게 아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정 집단에서) 이럴수록 혁신위의 존재감과 목소리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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