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폭염' 온열질환 사망 속출…"한낮 외부 활동 피해야"(종합)
"어지러움·두통 등 증상 발생시 즉시 활동중단하고 시원한 곳 이동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지며 주말과 휴일 전국에서 최소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다수는 온열질환에 취약한 고령자였다. 대부분 밭일을 하러 나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반도를 뒤덮은 가마솥더위가 8월 초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고되며 각 지자체는 긴급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밭일 나갔다가 잇따라 숨져…발견 당시 체온 높아
주말과 휴일 경북에서는 노인 7명이 폭염으로 숨졌다.
31일 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24분께 경북 경산시 자인면 교촌리에서 밭 주변 길을 걷던 60대 행인이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떨던 그의 체온은 39.2도로 측정됐다.
그는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으나 이내 숨졌다.
병원 측은 사망 원인을 '사인 미상'으로 판정했으며, 소방 당국은 정황 등에 따라 열탈진에 따른 '온열질환 추정'으로 분류했다.
1시간여 뒤인 오후 2시 10분께는 문경시와 예천군에서 밭일을 하던 90대와 80대 각 1명이 쓰러져 사망했다.
경북에서는 하루 전날인 29일에도 문경, 김천, 상주, 경산에서 노인 4명이 폭염에 밭에 나갔다가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경남에서도 전날 오후 3시 56분께 남해군 서면의 한 밭에서 80대가, 마찬가지로 같은 날 정오께 하동군 양보면의 한 밭에서 또 다른 80대가 쓰러져 숨졌다.
29일 오후 4시께는 남해군에서 80대 여성이 밭일 도중 사망했다.
충남 서천군 서천읍 한 산에서는 지난 30일 오후 7시께 벌초하던 60대가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검안 결과 사망 추정 시점은 이날 정오께로 열사병에 의한 사망으로 진단됐다.
하루 전날인 29일 오후 1시께는 서천군 비인면에서 밭일을 하던 90대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발견 당시 체온은 41도였다.
경기도 양평군 옥수수밭과 안성시 밭에서도 숨진 사례가 발생했고, 충북에서도 제천에서 농작업 중 쓰러진 주민이 숨졌다.
전북 군산에서도 70대 주민이 집 마당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당국이 온열질환과 연관성을 살피고 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사망자 17명 모두 발견됐을 당시 체온이 높은 상태였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가 30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집계한 온열질환자는 73명, 추정 사망자는 지난 29일 하루 6명이다.
감시체계 운영은 지난 5월 20일부터 시작했다. 누적 온열질환자는 1천15명으로, 최근 장마가 끝난 뒤 급격히 증가했다.
'폭염 비상' 걸린 지자체…국립공원 계곡 56곳 일시 출입 허용
연일 펄펄 끓는 폭염에 목숨을 잃는 사례가 잇따르자 지자체들과 공공기관은 비상에 걸렸다.
국립공원공단은 폭염을 피할 수 있도록 지리산, 가야산 국립공원 등 17개 국립공원 56개 계곡에 한해 오는 8월 31일까지 출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출입 구간에서는 손발 담그기와 세안 정도만 허용하며, 세탁이나 목욕, 물고기 포획 등의 행위는 자연공원법에 따라 단속한다.
경북도는 지난 30일 독거노인, 거동 불편자 등 폭염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22개 시·군 폭염 담당과장과 긴급 영상회의를 개최했다.
마을별로 가두방송과 폭염 대비 기본 수칙을 홍보해 뙤약볕 아래 고령의 노인들이 밭으로 향하지 못하도록 계도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경북도는 지난 5월 20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를 폭염 대책 기간으로 지정해 폭염 대응 테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전북도는 31일부터 폭염에 대비해 도내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과 함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가동했다.
도내 응급실 운영기관 21곳에서 무더위에 따른 피해 및 온열질환자 발생 현황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시스템으로, 온열질환자,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발생하면 의료기관이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에 직접 신고하게 된다.
울산시 울주군은 에너지 취약계층 100가구에 가구당 1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인천시도 지난달 냉방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계층과 복지시설 등에 냉방비 70억원을 특별 지원한 데 이어 독거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 가구에 폭염 피해 예방키트를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는 폭염에 따른 가축 폐사 등 축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393억원을 투입한다.
취약 농가 2천여 곳에 폭염 대비 면역 증강제 25t을 지원하고 축종별로 안개 분무·정수 시설, 환풍기, 냉난방기, 차열 페인트 등을 보급할 방침이다.
이강영 경기도 축산정책과장은 "더위에 취약한 닭과 오리에 대해 비타민C, 미네랄, 칼슘 등 면역 증강제 급여로 고온에 의한 스트레스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폭염 시에는 물을 자주 마시고, 외출·활동을 자제하며 시원하게 지내는 건강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챙이 넓은 모자와 밝고 헐렁한 옷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어지러움, 두통, 메스꺼움 등 온열질환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다.
음주는 체온을 상승시키고, 다량의 카페인이 들어간 커피나 탄산음료는 이뇨 작용으로 탈수를 유발하므로 술과 카페인 섭취를 자제하도록 한다.
심뇌혈관질환, 고혈압·저혈압, 당뇨병, 신장질환 등 만성질환자는 더위 때문에 증상이 악화할 수 있어 더위에 오래 노출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하고, 활동 강도를 평소보다 낮춘다.
어린이, 노약자, 임신부 등은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면 환자를 시원한 장소에 옮긴 뒤 물수건, 얼음, 부채 등으로 몸을 식혀주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최종호 장지현 임채두 박영서 송승윤 김소연 김선형 기자)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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