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파업, 의료진 내 갈등으로 번지나…"누구를 위한 파업인가"

조아서 기자 2023. 7. 3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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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노조 파업 현장에 피켓시위…병원장 응원하는 화환도
장기 파업에 애타는 암환자들…파업 현장 옆에서 눈물 흘리기도
31일 부산대병원에서 열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중앙위원회 5대 특별결의 발표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2023.7.31/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부산대병원이 19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노사 갈등을 넘어 의료진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전국 보건의료노조)은 이날 오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에 모여 중앙위원회를 열고 5대 특별결의를 채택했다.

중앙위원 50여명은 단상에 올라 △인력부족으로 인한 환자피해 사례 증언대회 개최 및 인력 충원 투쟁 △불법의료 증거자료 공개 및 관계기관에 불법의료 제소 및 현장조사·감사 요청 등 불법의료 근절을 위한 2차 행동 △비정규직 직접고용 투쟁 △성실교섭 촉구 투쟁 △조속한 진료 정상화 촉구 투쟁 등 채택된 5대 특별결의를 발표했다.

이들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환자 40명을 간호조무사 1명이 담당하는 등 밥 먹을 시간 뿐만 아니라 잠시 뭘 먹는 시간도 허용되지 않는다"며 인력 부족 실태를 공개하기도 했다.

또 불법의료 근절하기 위해 대리처방, 대리 처치, 대리 시술 등 모집된 사례를 바탕으로 폭로 수위를 높이는 한편, 오는 3일부터 관계부처의 실태조사와 감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29일 부산대병원 교수 3명이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3.7.31/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이날 파업 현장 옆에는 노조의 현장 복귀를 촉구하는 부산대병원 의사 3명의 피켓시위가 열렸다. 이는 박수은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1인 시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들은 '돈보다 생명을, 파업보다 환자를' '파업 그만, 우리는 환자를 돌보고 싶다' '환자들은 여러분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오전 11시 30분부터 시위에 나섰다.

피켓을 든 흉부외과 교수는 "어떤 사유로 파업을 하더라도 환자의 생명보다 더 급한 상황은 없다"며 "항암 치료, 암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은 다른 병원을 가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전원이 안되거나 사립대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는 환자들만이 남아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권역외상센터 교수는 "지난 주말에는 외상중환자실 45베드가 거의 다 차 응급실 마저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올뻔 했다"면서 "오늘 5베드 정도 남아있지만 하루평균 3~4명의 환자가 외상센터를 찾으니 언제 셧다운될지 몰라 의료진도 조마조마하며 진료를 보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최근 양산부산대병원에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의원회 중앙대의원과 전남대의원 명의로 '병원장님 힘내세요' 문구가 적힌 화환이 배달됐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의협이 부산대병원 파업에 개입해 불성실 교섭과 파업 장기화를 부추기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진위 파악과 엄중 대응을 예고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의원회 중앙대의원 명의로 양산부산대병원에 배달된 화환(독자 제공)

이처럼 노사 갈등이 의료진 내 갈등으로 번지는 등 더욱 악화되는 상황에 환자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폐암 환자인 어머니와 함께 부산대병원을 찾은 조선우 씨는 "19일에 예정됐던 어머니의 암 수술이 지금까지 연기되고 있다. 처음엔 일정 연기를 안내해주던 간호사에게 응원을 건네기도 했지만 어머니 목숨이 달려 있다보니 이제는 속상한 마음이 더 앞선다"며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는 다 필요 없고, 병원과 노조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 빠른 시일 내에 원만하게 합의됐으면 하는 마음 뿐"이라고 눈물을 훔쳤다.

파업 현장을 찾은 직장암 4기 환자 김모 씨(50대)는 "최근까지 사용한 약이 잘 들어 암 크기가 줄어드는 등 병세가 호전돼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파업 이후 항암 치료가 지연되고 있어 제 때 치료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간 등 다른 장기에도 전이가 된 상태라 하루하루 몸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 주말인 29~30일 이틀간 진행된 교섭에도 노사는 절충안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35개 요구안 중 6개는 철회했다. 19개 요구안은 병원 측에서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으며, 나머지 10가지 요구에 대해서는 노사 양측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노조는 △식대비 4만5000원 인상 및 야식비 6000원 인상 △현행 10년차 무급휴직 범위를 7년차로 확대 △야간 간호료 지급 범위 80%에서 100%로 확대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식대비 월 1만원 인상 및 야식비 건당 500원 인상 △9년 이상 재직자 중 희망자 1년 무급휴직 사용 가능 △야간간호 수가 90% 지급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 측 핵심 요구 사안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과 일반병동 및 중환자실 인력 충원 등은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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