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면 7조 손실" 산업은행 노조, 통째 이전에 '맞불'
거래처 축소 우려…직원도 이탈 "재고해야"
노조, 강석훈 회장에 '공개토론' 제안
KDB산업은행 본점 부산이전을 둘러싸고 사측과 노동조합(전국금융산업노조 산업은행지부) 간 대립이 점입가경이다. 사측이 '지방이전 시 산은의 역량 강화방안 컨설팅'을 통해 '본점 100% 이전' 결과를 내놓자 노조도 즉각 반발했다.
특히 산업은행 노조는 자체 컨설팅을 통해 본점 부산이전 시 산업은행 자체로는 7조원, 국가 경제로는 15조5000억원 가량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그 동안 산업은행과 거래했던 기업들의 이탈 뿐 아니라 직원들의 퇴직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사측에 각자 진행한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부산 가면 7조 손실…이유는
산업은행 노조는 31일 '산업은행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를 진행했다. 지난 28일 사측이 기능과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지역성장 중심형 방식'을 결정하고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는 등 본점 기능 100% 이전을 추진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산업은행 노조는 지난 2월 한국재무학회 등에 부산이전 타당성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재무학회 분석에 따르면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향후 10년간 7조39억원의 기관 손실이 예상된다. 부산이전으로 인한 수익감소 6조4337억원, 비용 증가 4702억원 등이다.
수익감소 요인으로는 부산이전으로 기존 고객의 거래 중단, 신규 형성되는 금융거래(Deal) 제외, 인력 이탈로 인한 금융 전문성 약화 등이다. 비용 증가는 신규 사옥 건립(1810억원)과 직원들에 대한 주거 공급 및 정착 지원비, 퇴직금과 인력 충원, 업무구조 재·개편과 출장지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인 만큼 국가 경제적 차원 손실도 15조4781억원에 달한다고 재무학회는 분석했다. 국가균형발전 등 사측이 주장하는 본점 이전 효과와 관련해서도 동남권에 편중(9703억원, 전체의 78%)된다는 분석이다.
재무학회는 산업은행의 순이익 감소 등으로 정책자금 집행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구조조정 기업이 도산하는 연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 부산이전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정부 배당금도 불가능하다는 게 재무학회 전망이다. 산업은행 정부 배당금은 최근 3년간 1조2000억원 규모다.
재무학회는 산업은행 노조의 의뢰로 연구용역을 진행했지만 합리적·중립적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강조했다.
박래수 한국재무학회 교수(숙명여대 경영학부)는 "산업은행 자체 뿐 아니라 국가경제 파급효과 중 계량화 할 수 있는 부분을 분석했다"며 "산업은행 부산이전은 경제적 손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치적 선택으로, 근본적으로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고객·직원 다 떠날라
산업은행 노조는 산업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외부기관, 내부직원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외부기관들은 응답자의 86%가 산업은행 부산이전 시 '업무처리가 불편해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73%는 타 금융기관과 거래할 의향이 있고, '신디케이트론' 등 다양한 금융구조 형성도 어려워질 것으로 평가했다. 응답자의 94%는 산업은행 이전과 연계해 본점을 부산으로 옮길 의사가 없고, 재무와 자금부서 역시 부산에 가지 않겠다는 의견이 90% 이상이었다.
산업은행 노조는 부산이전 논란이 본격화된 후 지속적인 인력 이탈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관련기사: 국민연금 서울 복귀?…'부산행' 산업은행 직원들 웃는다(3월10일)
내부 직원 설문 조사에서도 직원들의 98.5%가 부산이전에 반대했고, 부산으로 이전해도 부산으로 거주지를 이전하지 않겠다는 직원이 94%였다. 이들 대다수는 회사 사택에 거주할 것이라는 게 산업은행 노조 측 분석이다.
산업은행 노조는 사측의 컨설팅과 노조가 진행한 연구용역 모두 결과가 나온 만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김현준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노사 양측의 컨설팅 결과가 모두 나왔으니 공개토론회를 진행하자"며 "강석훈 회장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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