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자치정부-하마스 ‘화해위원회’ 구성…불신의 벽 이번엔 무너질까?
이스라엘 관계·투쟁 노선 등 사사건건 충돌
‘화해위원회’ 구성하고 정기적 만남 약속
일각선 “무의미한 일” 평가절하도
팔레스타인을 양분하는 자치정부(PA) 수반과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자가 1년만에 만나 ‘화해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자치정부와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설정, 독립을 위한 투쟁 방식, 대선과 총선 일정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해왔다. 하지만 여러 차례 화해와 분열을 반복하며 쌓인 불신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30일(현지시간) 이집트 엘알라메인에서 팔레스타인 정파 지도자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엔 마무드 아바스 수반이 이끄는 집권 여당 파타 고위 인사는 물론 의회 다수당인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바스 수반과 하니예가 직접 대면한 건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알자지라는 “매우 드문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자치정부와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을 이끄는 두 축으로 2006년 총선을 기점으로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다. 당시 총선에서 하마스는 74석을 얻어 45석에 그친 파타를 제치고 1당이 됐지만, 아바스 수반은 이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총리 지명권 양도 등 하마스의 요구 사항을 대부분 거절했다. 결국 요르단강 서안지구는 자치정부와 파타가,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각각 통치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노선도 극명하게 갈린다. 자치정부는 이스라엘과의 갈등 국면을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하마스는 테러와 미사일 공격 등 강경 대응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제사회에선 자치정부를 팔레스타인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 있고, 하마스는 테러 단체로 지정해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하니예가 이날 회의에서 아바스 수반에게 화합을 위한 조건으로 이스라엘과의 치안 협력 중단을 요구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하니예는 서안지구에서 활동하는 하마스 대원에 대한 체포를 중단하고, 자치정부 전신으로 사실상 자문 단체가 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 더 많은 정파가 합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PLO엔 하마스와 비슷한 성격의 무장 단체 이스라믹 지하드(PIJ)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아바스 수반도 하마스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했다. 특히 가자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하마스를 겨냥해 ‘하나’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는 “우리 사이에 벌어졌던 쿠데타와 분열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며 “하나의 국가, 하나의 시스템, 하나의 법, 하나의 정규군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은 이날 화해위원회를 구성하고 정기적으로 만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정치학자인 무카이머 아무 사다는 AFP통신에 “화해위원회 구성은 무의미한 일”이라며 “축하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아바스 수반은 하니예가 요구한 내용에 대해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선거 일정도 변수다. 아바스 수반은 2021년 4월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 지역 선거를 불허했다는 이유로 자치의회 의원 총선거와 수반 선거(대선)를 연기했는데, 당시 외신들은 파타와 아바스 수반의 인기 하락으로 경쟁자인 하마스에 패할 가능성이 커지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아바스 수반은 또 2005년 4년 임기로 자치정부 수반에 취임했지만, 이후 선거를 치르지 않은 채 임기를 계속 연장해 정통성 문제가 제기된 상태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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