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우인데 왜 자리 비웠나…충북지사, 오송 참사 전 행적 ‘공방’

윤교근 2023. 7. 3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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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대응 3단계서 도지사 관외 출장
상황관리체계 유지하며 차 안에서 보고 받기도
도지사 일정 조작 의혹에 녹취록도 공개

14명이 숨진 오송 지하차도 참사 전 김영환 충북지사의 행적에 의혹이 일면서 공방이 오갔다.

14일 오후 4시 40분에 홍수 비상 대응조치 3단계인 선포된 상황이었다. 재난대응 수위는 1~4단계로 나뉜다. 호우 위기 경보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다.
31일 박진희 충북도의원 등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김영환 충북지사의 오송 참사 전 일정 의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교근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진희 충북도의원은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오송 참사 전날인 지난 14일 김 지사가 7시간여를 관외로 이탈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재난대응 최고 비상 3단계 이후 도지사 주재 긴급회의 기록을 참사 당일인 지난 15일 오전 6시 20분이 아니라 그 전날(14일) 10시 55분으로 기록 수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비상 3단계서 도지사  서울 출장”

박 의원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5시 비상 1단계로 가동한 충북재난안전대책본부는 같은 날 오후 10시 30분 2단계로 격상된다.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지면서 지난 14일 오후 4시 40분 비상 3단계가 선포됐다.

재난 대응 수위 호우 위기 경보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다.

이날 오후 4시 충북재대본 긴급회의를 행정부지사가 주재했다.

당시 김 지사는 공식일정은 오후 3시 30분쯤 마무리하고 서울 출장길에 올랐다.

박 의원은 “김 지사가 마음만 먹었다면 오후 4시 긴급회의를 주재할 수 있었다”며 “비공식 서울행을 위해 긴급회의를 행정부지사에게 미뤘고 3단계 격상이 선포된 후에도 차를 돌려 충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도 풍수해 재난 현장 조치 대응 메뉴얼엔 비상 2, 3단계 때 도지사는 지역재대본 지휘자로 △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주재 △피해 상황 파악 △사상자 지원대책 마련 및 이재민 구호소 운영 지시 △피해확산 방지 및 조기 수습을 위한 특별지시 △(필요시) 재난사태 선포 건의 등의 임무와 역할을 하게 돼 있다.
31일 윤홍창 충북도 대변인이 오송 지하차도 참사 직전 김영환 충북지사의 일정을 공개하고 있다. 윤교근 기자
◆“레이크파크 전문가 면담 오래전 약속”

충북도는 즉각 반박했다.

윤홍창 충북도 대변인은 이날 오후 1시 30분 도청 기자회견장에서 “14일 오후 호우 경보가 내려져 있었으나 당시엔 전북에 집중호우가 내리고 있었다”며 “홍수 특보 상황은 행정부지사를 중심으로 상황관리체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시군 부단체장의 현장점검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오후 3시 19분 청주에서 출발해 교통 체증으로 오후 7시쯤 도착해 1시간 정도 10여개의 충북 레이크파크 현장 설명과 자문을 듣고 바로 청주로 내려왔다”고 했다.

이는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전문가와의 면담으로 오래전에 잡힌 약속이다.

면담에선 하계세계대학경기연맹의 체조경기장, 예술의 전당, 도립미술관, 도립도서관 건립 등 대형 인프라 구축 문제에 대한 자문과 조언 등이 오갔다.

최근엔 전문가들이 도청을 방문해 후속 논의도 이뤄졌다.

이들 전문가는 골드만 삭스, 네이버 카카 등 주요 프로젝트 인테리어 디자인 시공 경험의 A사 대표와 마곡 마이스 복합개발 사업 등 대형 공모개발사업 경험이 있는 B사 대표다.
김영환 충북도지사. 윤교근 기자
◆“도청 차량 출입 14분간 긴급점검회의 진행 조작 의혹”

박 의원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 전날 오후 ‘도지사 주재 재대본 긴급점검회의’ 조작 의혹도 짚었다.

그는 “참사 직후 김 지사는 참사 전날 밤에 하지도 않은 회의를 한 것처럼 수정 발표한 의혹까지 있다”고 전했다.

지난 19일 도 브리핑에서 도지사 주재 집중호우 재난상황긴급점검회의가 처음 열린 시점은 14일 오후 10시 55분이다.

김 지사가 서울에서 돌아와 도청 정문을 통과해 들어온 시간은 이날 오후 10시 51분이다.

박 의원은 김 지사의 서울 출장을 7시간여로 추정했다.

이어 4분 후인 10시 55분 점검회의를 시작하고 14분 후 11시 5분 도청 정문을 나갔다.

차량으로 도청에 들어와 동관 4층 상황실에서 회의하고 도청 정문을 다시 나갈 때까지 총 14분이 걸린 셈이다.

박 의원은 “14분간 차량 이동시간을 제외하면 회의 시간은 몇분이나 됐을까”라며 “비상근무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돌린 위문방문이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인명 수색을 위한 배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지사 긴급점검회의 녹취록 공개

이와 관련 윤 대변인은 김 지사가 주재한 긴급점검회의 녹취록까지 공개했다.

김 지사가 지난 14일 오후 8시 12분쯤 서울에서 출발해 오후 11시쯤 도청에 복귀해 호우 피해 및 대처 상황을 점검했다.

김 지사가 주재한 호우 피해 및 대처 상황 점검회의는 6~7분 정도 진행됐다.

핵심사항 위주의 회의였다는 주장이다.

녹취록엔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상황을 잘 주시해서 밤새 도민에게 큰일이 없이 잘 지낼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대변인은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상황을 보고받는 등 도지사 일정을 감추거나 은폐할 이유가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며 “가짜뉴스로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를 멈추고 사고 수습에 도정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주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민주당 충북도의원들은 황영호 도의장과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도의회 특별위원회 구성과 행정사무조사를 제안했다.

도의 행정사무조사는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고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가능하다.

최소 12명의 도의원이 발의해야 하고 본회의를 통해 절반 이상의 도의원이 찬성 의결해야 한다.

충북도의회 구성은 국민의힘 28명과 민주당 7명이다.

청주=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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