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나 해줘” 성희롱에...녹음기 차는 방문 요양보호사들

이가영 기자 2023. 7. 3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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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시범사업 실시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정부가 성희롱‧폭언 등 인권침해 상황에 노출되기 쉬운 방문 요양보호사를 보호하기 위해 신분증 형태의 녹음 장비를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8월 3일부터 10일까지 ‘방문 요양보호사 대상 녹음 장비 보급 시범사업’에 참여할 장기요양기관을 선발하기 위한 수요조사를 진행한다고 31일 밝혔다.

복지부는 이 사업이 성희롱이나 폭언, 폭행 등에 노출되기 쉬운 방문 요양보호사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요양보호사들을 향한 갑질과 성희롱 문제는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2021년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에서 받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절반가량이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고, 네명 중 한 명은 성추행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370명 중 173명(46.8%)은 자신이 돌보는 노인으로부터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추행당했다는 이들은 93명(25.1%)이었고, 폭언‧욕설 피해를 겪은 이들은 239명(64.6%)에 달했다.

한 요양보호사는 남성 보호대상자 집에 갔다가 “안아 달라. 뽀뽀해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노인들의 기저귀를 갈거나 건강 체크할 때는 성추행 대상이 되기도 한다. 다른 요양보호사는 “혈압을 재려고 하면 어느새 어르신의 손이 가슴이나 엉덩이로 온다”고 했다.

그러나 요양보호사들은 제대로 된 보호조치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0.5%는 “소속 기관에 피해 사실을 보고했지만, 듣기만 하고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답했다. ‘싫으면 그만두라’는 말을 들은 경우도 8.9%였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요양보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 홍보문구가 기재된 신분증형 녹음기를 보급하기로 했다. 카드 삽입형 녹음 장비로, 요양보호사가 근무할 때 장치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옷핀이나 자석 등 옷에 부착하는 방식의 장치다.

다음 달 중 경기도 내 80개소 장기요양기관을 선정하고, 기관당 최대 5개의 녹음기를 지급한다. 경기도가 선정된 이유는 전국에서 방문 요양보호사 수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사업 운영 기간은 다음 달부터 오는 11월까지 약 4개월이며, 이후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전국 확대 보급을 검토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녹음 장비 활용법과 녹음 파일 관리 및 사용법 등에 관한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돌봄 종사자의 인권과 권리가 우선 확보돼야 질 높은 돌봄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며 “종사자가 녹음 장비를 활용하면 안전한 근무환경에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종사자와 이용자가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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