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물질 ‘상온 초전도체’ 세계 최초 구현?... "너무 큰 기대할 단계는 아냐"

2023. 7. 31. 14:4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과학계의 대표적인 난제로 일컬어지던 ‘상온 초전도체’를 한국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논문이 알려지면서 관련주가 급등하는 등 주식시장까지 들썩이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기대만큼이나 진위여부에 대한 노란 또한 거세지고 있다. 실제 검증을 끝냈다면 물리학계를 뒤흔들만한 혁신적인 성과지만, 실제 입증이 되기까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7월 27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연구팀이 지난 22일 논문 사전 출판사이트 '아카이브'에 공개한 상온 초전도체와 관련한 논문 2편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논문은 세계 최초로 상온 초전도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특정 온도 이하에서만 전기저항을 잃는 초전도체가 상온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물리학계를 뒤흔들 만한 발견이 된다.

발표와 검증 실패 반복 중인 '상온 초전도체' 연구, 이번에는? 

초전도 현상은 전류가 아무런 저항 없이 흐르는 것이다. 스마트폰 등을 오래 사용하다 보면 폰이 따끈따끈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전기 에너지가 열 에너지로 바뀌기 때문이다. 초전도체는 저항이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에너지 손실 없이 전기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일부 물질들은 ‘특정 조건’에서 이와 같이 전류의 저항이 없어지는 초전도 현상이 나타난다. 현재까지 발견된 것은 이 특정 조건이 ‘극 저온’일 경우다. 초전도 현상은 1911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지인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Heike Kamerlingh Onnes)가 섭씨 영하 269도에서 처음 발견, 192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후 미국 물리학자인 존 바딘(John Bardeen)과 레온 쿠퍼(Leon Cooper), 존 로버트 슈리퍼(John Robert Schrieffer)는 1957년 자신들의 이름을 첫 글자를 딴 이른바 BCS 이론으로 초전도 현상을 설명했다. 세 과학자는 BCS 이론으로 1972년 노벨상을 받았는데, 이들의 이론에 따르면 초전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임계 온도는 ‘영하 233도’였다.

이후에도 더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찾기 위한 과학자들의 시도가 계속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데이터 부족 등 여러 과학적인 이유로 인해 완전히 검증 받은 상온 초온도체는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로체스터대의 랑가 다이어스(Ranga Dias) 교수는 2020년 네이처에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직후 과학계에서는 실험 재현이 안 된다는 문제 제기가 이뤄졌고 데이터의 신뢰성에도 의구심이 더해졌다. 논란 끝에 2022년 네이처는 데이터 신뢰도를 이유로 논문 철회를 결정했다.

과학계가 상온 초전도체를 원하는 건 산업 활용도와 연관이 있다. 초전도현상을 이용하려면 임계온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극저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액체 헬륨과 같은 값비싼 냉각재를 써야 한다. 상온 초전도체를 응요할 수 있는 분야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이 자기부상열차다. 현재 이론상으로는 서울-부산을 40분에 주파하는 자기부상 열차도 가능하지만, 그 전제 조건은 상온에서도 초전도현상을 보이는 초전도체의 개발이다. 이 외에 전기 손실 없는 전력케이블, 핵 융합로, MRI, 열이 발생되지 않는 전자기기 등 사용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상온 초전도체가 과학계에서 오랫동안 ‘꿈의 물질’로 불리는 이유다.

한국 연구팀의 상온 초전도체 관련 논문이 공개된 아카이브는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논문을 빠르게 공개하기 위한 사이트다. 누구나 쉽게 게재할 수 있는 구조로, 이곳에 나온 논문은 아직 학계의 검증을 받기 전의 것이다. 검증에 성공한다면 ‘노벨상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상온 초전도체가 과학계의 오랜 난제로 발표와 검증 실패를 반복해 오던 분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 연구진의 이번 논문 역시 발표한 데이터가 세부 사항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물질 특성상 초전도성이 발현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번 논문에 대해 조망하며 "논문의 세부사항이 부족해 물리학자들이 회의감에 휩싸여 있다"고 학계의 반응을 전했다. 사이언스는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등이 논문 내 물질을 재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1주일 내로 물리학자들이 이번 주장을 검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