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너무 힘들다, 오늘 4만 3000보 걸었어"…숨진 코스트코 직원의 한마디

숨진 직원 빈소서 "병 숨겼지" 막말 논란

대형마트 코스트코의 로고. / 사진=연합뉴스

무더위 속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카트 정리 업무를 하다 온열 질환으로 숨진 김동호(29) 씨가 숨지기 이틀 전 어머니에게 힘들다고 하소연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고인의 아버지 김길성 씨는 오늘(3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아들이 숨지기 이틀 전인 지난 6월 17일 토요일 상황에 대해 “집으로 오자마자 대자로 누워 엄마한테 ‘엄마 나 오늘 4만 3000보 걸었다’며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아들이 격무와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렸다고 주장했습니다.

고인은 지난 2019년 코스트코(COSTCO)에 입사해 캐셔 업무를 보다 올해 6월 5일 자로 주차 업무로 보직이 변경돼 실외주차장 카트 정리 업무를 맡았습니다. 김 씨가 사망한 당일은 이틀째 폭염특보가 계속됐지만, 냉방비 절약을 위해 냉풍기와 순환기를 거의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보직 변경 2주 만인 6월 19일 주차장에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인은 ‘온열로 인한 과도한 탈수 증상이 유발한 페색전증’입니다.

고인의 아버지는 “아들이 그날(6월 17일) 12시에 출근해서 1시간 연장근무까지 하면서 밤 10시에 일을 끝냈는데 10시까지 4만 3000보, 26㎞를 무거운 철책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작업했더라”라고 토로했습니다.

근무환경에 대해서는 “아이스박스는 층마다 구비돼 있는 것으로, 냉풍기는 돌아가다 안 돌아가다 하는 걸로 알고 있으며 공기순환장치는 제가 두 번 방문했었는데 그 전보다는 크게 틀어놨지만 그것도 계속 틀어놓는 게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들이 사망한 이후에도 근무자들이 열을 내릴 마땅한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코스트코 대표이사가 조문 당시 빈소에서 지병을 숨기고 입사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말을 한 것과 관련해서는 “조문을 마치고 난 다음에 대표이사가 직원들 앞에 가서 ‘원래 병 있지 병 있지’ 하고, 또 다른 한 분은 ‘원래 병이 있는데 속이고 입사했지’ 이런 식으로 막말을 퍼부었다고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측이 처음에 병사로 몰고 가기 위해서 장례 치르고 난 다음에 고혈압으로 사망했다, 지병이 있어서 사망했다, 심지어 자살까지 했다, 저희가 합의했다는 소문이 돌아 저희는 이 부분을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언론에 목소리를 낸 배경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고인의 아버지는 동료 직원들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참고인 조사에서 회사 쪽 변호사가 사전 동의 없이 입회한 것과 관련 “입막음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분개했습니다.

이어 “직원들이 선임계를 동의 안 했는데도 불구하고 사측에서 임의대로 직원 두 명의 이름을 기재하고 선임계를 제출했다더라”라며 “이는 범죄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는 이번 사고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수사 중입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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