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고고학의 아버지 슐리만처럼, 돌하르방과 인류 비밀 밝힐 것”
세계 과학저널서 최우수논문상 받은 변대중씨
30개국 탐험하며 전세계 미스터리유적지 연구
1989년에는 국내 최초의 배낭여행 사업도
접시 닦기·주방보조·창고지기하며 연구비 모아
동국대서 역사학 전공…졸업 못했지만 “현장이 답”
“우리 조상의 이야기 후세에 전하는게 내 소명”
“여행은 내 인생의 기원이자 삶의 원동력입니다. 20세기에는 최초의 배낭여행 사업가였고, 21세기에는 고대 인류의 이동과 돌하르방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학자입니다.”
‘현대 고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인리히 슐리만(Heinrich Schliemann, 1822~1890)처럼 되는게 꿈이었다는 변대중(61)씨가 이같이 말했다. 슐리만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트로이 신화를 역사로 만든 사람이다. 변씨 역시 아틀란티스와 같은 잃어버린 문명을 찾아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었고, 고대 인류의 이동과 제주도 돌하르방의 기원에 몰입 중이다. 역사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을 마치지는 못했던 그는 올해 초 자신의 꿈 하나를 이뤘다. 고대 인류이동과 돌하르방의 기원에 관해서 쓴 논문 ‘석기 시대의 고고학적 유물로 최초의 아메리카 원주민의 미스터리를 풀다(Archaeological Artifacts from the Stone Age Solve the Mystery of the First Native Americans)’를 저널 ‘Journal of Scientific Exploration’에 등재했고,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됐다. ‘Journal of Scientific Exploration’은 과학자와 일반 연구자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저널. 그는 “어릴 때부터 역사 소설과 고대 미스터리 책들을 읽으며 꿈을 키워왔고, 여행을 통해 완성했다”면서 “나중에는 네이처와 사이언스지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여행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됐다. 1981년 동국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한 후 여름 방학에는 대구로 내려가 빵집에서 일했다. 공부와 일, 그리고 여행이 모두 ‘삶의 현장’이었다. 2학년 때는 혼자서 한달동안 단돈 5만7000원으로 전국 일주 여행을 했다. 이때 잠자리는 주로 절, 길가의 버스 주차장, 역 앞 잔디밭 등이었다. 1986년 1월 군 복무를 마치고 2년 동안은 일본과 유럽을 여행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해외여행이 제한적으로나마 자유화됐으니, 아직 국내에는 ‘배낭여행’이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이었다. 귀국 후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1989년 국내 최초의 배낭여행 전문이었던 배재항공여행사를 설립했다.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5명이었던 직원은 몇 년도 되지 않아 54명으로 늘었다. 2005년 5월에는 가족들과 벤쿠버로 이민을 떠났다. 변씨는 “여행은 이때까지 살아온 세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여행은) 내 삶의 원동력이며 꿈을 꾸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라고 했다.
그가 돌하르방 연구자가 될 수 있었던 것 역시 여행의 공이 컸다. 2012년 가을 세계 거석 협회가 주최하는 ‘고대 잉카 고고학 여행’에 참여한 그는 페루 리마의 고고학 박물관 ‘Museo Larco’에서 제주도 돌하르방과 똑닮은 두개의 석상을 발견했다. 두 석상 모두 제주도 돌하르방처럼 모자를 쓰고 있었고 양손을 배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볼리비아 티티카카 호수 근처에 있었던 고대 도시 티와나쿠와 콜롬비아 산 어거스틴에 있는 석상도 돌하르방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는 ‘왜 제주도 돌하르방과 닮은 석상들이 페루, 볼리비아 등 해외에서도 발견될까’라는 의문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고대 인류의 이동과 돌하르방의 기원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집트, 튀르키예, 중국, 일본 등 30여 개국을 돌며 그 나라의 석상들을 연구했다. 그리고 ‘제주도 돌 하르방의 기원은 1만2000년전 튀르키예 괴베클리테페다’라는 가설을 설립했다.
학위를 받고 정식으로 도전하고 싶지는 않았을까. 그는 “학위는 내게 단지 종이에 불과하다”면서 “실제로 고고학은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가 특별히 돌하르방의 기원과 고대 인류이동에 집착하는 이유는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를 후손들에게 반드시 전해줘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감 때문”이라며 “나는 진실된 역사는 인류가 좀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전 세계 미스터리 유적지를 돌아다니며 석상들을 연구했다. 중년이 훌쩍 넘었지만, 접시 닦기·주방보조·창고지기 등을 하며 연구 자금을 모았다. 돌하르방에 대한 그의 열정은 나이도, 학위도 중요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여행을 하면서 연구의 길을 걷겠다는 그는 새로운 주제로 도전하겠다고 했다. “이번엔 ‘최초의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다인종으로 구성됐다’는 제목으로 탐험과 연구를 하려고 합니다. 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변대중, ‘석기 시대의 고고학적 유물로 최초의 아메리카 원주민의 미스터리를 풀다(Archaeological Artifacts from the Stone Age Solve the Mystery of the First Native Americans)’ 논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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