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교사’ 되면 절차만 최대 15개···‘무고’도 교권침해 넣어야”
교사 고소·고발 지난 5년간 1188건
아동학대 등 형사사건 71.6%
교사가 ‘아동학대를 했다’는 민원의 대상이 되면 어떤 절차를 밟게 될까. 교사가 ‘무고’를 받았다는 전제하에 그 억울함을 풀려면 최대 15단계의 ‘불복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무고를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아동학대 의혹이 나오면 우선 학교 안에서 징계위원회가 열린다. 억울하게 징계를 받았다면 교원소청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이어서 행정소송에 해당하는 징계처분 취소소송까지 가기도 한다. 학교장이 교사를 고발하면 교사는 경찰 및 검찰 수사를 받고 최대 세 번의 공판을 받는다. 피해 아동 측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민사소송도 해야 한다. 지자체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조사도 받는다. 이 모든 불복절차는 15단계에 이른다. 교사가 최종적으로 ‘무혐의’ 판결을 받기까지 심적 압박과 교육활동 침해는 피할 수 없다.
31일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내용이 담긴 ‘교원 대상 법률 분쟁 사례 분석 및 교육청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진이 교원 대상 법률 분쟁 판결문 1188건을 분석한 결과 형사사건의 비중이 71.6%로 가장 높았다. 형사사건은 아동학대와 성비위 관련 사건이 대부분이었다.
연구진은 서울지역 교원 1770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본인을 당사자로 한 법률 분쟁을 경험했다고 답한 사람은 51명이었다. 이 중 교원이 승소하거나 무죄를 받은 경우가 23건으로, 교원의 패소 및 유죄(12건)보다 2배가량 많았다. 연구진은 “이와 같은 사례의 비중은 결국 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 분쟁에 있어서 무고성 절차 남용 사안이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교원에 대한 법적 지원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들은 법률 분쟁이 발생할 시 소송비 지원(37.5%), 분쟁조정 서비스(35.7%), 배상책임 지원(21%)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법률 분쟁 발생 시 교원이 ‘가장 먼저 상담했던 혹은 상담할 대상’으로 변호사를 선택한 비율은 12.2%였다. 실제 서울교원치유센터가 지난해 교권침해 피해교원(478명)에게 법률지원을 제공한 비율은 2.7%(13명)에 불과했다. 교원이 법률분쟁을 진행할 때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사례도 38.3%에 달했다.
연구진은 교원 대상 법률 분쟁의 절차가 길고 대응이 어려워 교원에게 부담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무고를 ‘교원지위법상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포함해 무고성 소송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또 학교장이 여는 교권보호위원회와 별개로 결정 권한, 조정 참여 등에 강제력 있는 분쟁조정위원회를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학교 관계자가 아닌 제3자가 객관적 입장에서 분쟁에 개입하고, 법률전문가를 통해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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