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시 국가경제 손실 10년간 15조원”
거래처 이탈 등으로 인한 기관 손실 7조원 넘어
본점 이전 대신 지역 정책금융 역할 강화 대안도 제시
노조 “사측과 공개토론” 제안
산업은행의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할 시 기관 손실이 7조원, 국가적으로 경제 파급효과 손실이 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수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며 산은의 본점을 이전하는 대신 산은의 지역 정책금융 공급 역할을 강화하는 대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사측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더라도 수도권 정책금융 수요 대응 애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단기적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동남권을 국가 성장의 또 다른 축으로 육성할 수 있어 국가균형발전 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31일 산은 노동조합과 한국재무학회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산은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산은 노조가 지난 2월 한국재무학회에 의뢰해 산은 부산 이전의 국가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것이다.
한국재무학회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산은이 부산으로 본점을 이전할 시 총 7조39억원의 기관 손실이 예상된다. 이는 산은의 본점이 이전한다는 가정 하에 매년 산은의 연수익과 비용을 10년에 걸쳐 추정한 수치다.
김이나 한국재무학회 책임연구원은 “업무 부서별 수익에 영향을 주는 잠재고객수, 신규직원 역량, 협업기관 및 거래처 이탈률 등을 고려해 수익 감소분은 10년간 6조5337억원”라며 “신사옥 건설 및 주거공급 비용, 출장비용 등 추가로 지출되는 비용 증가분은 4702억원”이라고 했다. 한국재무학회 박래수 숙명여대 교수는 “이는 수도권 대비 동남권에 절대적으로 적은 금융기관 및 기업고객, 기존 기관들과의 거래 중단 등 금융네트워크 약화, 인적 경쟁력 저하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한국재무학회는 산은의 본점 이전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재무적 손실이 15조478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부산으로 본점을 옮겼을 때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16조7233억원 손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새롭게 창출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1조2452억원으로, 소멸 효과 대비 7%에 그치는 수준이다. 박 교수는 “산은이 관리하고 있는 구조조정 기업들의 부도 위험 증가에 따른 부가 손실(약 22조156억원), 산은 손익 감소에 따른 정부배당금 지급 불가, 국제금융중심지로서 서울의 브랜드 경쟁력 훼손 등 계량화가 어려운 커다란 손실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지 못한 만큼 산은의 본점을 물리적으로 이전하는 대신 지역을 위한 산은의 정책금융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금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금융공기업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정책에도 금융 부문의 서울 집중 현상은 심화됐다. 2005년부터 총 29개 금융공기업이 부산으로 이전한 당시 서울의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금융보험업 비중은 11.1%였지만, 2021년에는 13.3%로 오히려 2.2%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금융보험업 전국 대비 부산 비중은 2005년 5.59%에서 2020년 5.40%까지 내려왔다.
금융경제연구소 조혜경 소장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량 강화 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2005년부터 총 29개 금융공기업이 부산으로 이전했으나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지 못했다”라며 “금융공기관만 이전해서 금융중심지 전략이 될 일이 아닌데, 정부가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 주요 금융기관을 부산으로 강제 이전 시킬 수는 없는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소장은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인 금융공기업 분산 정책 대신 지역산업 육성 연계 금융발전방안을 수립해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에 정책금융 자원을 집중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라며 “산은의 업무 목적에 지역균형발전을 명문화하고 은행 내 ‘지역성장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반면, 산은은 자체 컨설팅을 통해 전 기능·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고 지역 거점별 정책금융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는 권역센터를 도입할 때 국가균형발전 동력을 창출하고, 동남권 및 부산 금융중심지 활성화를 선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은의 부산 본점에 전 기능을 완비하되 서울에도 수도권 금융시장과 기업고객에 대응할 수 있는 기능을 병행 배치하는 방식으로 본점을 이전하는 경우라도 수도권 내 정책금융 수요에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산은 노조는 이번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사측에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김현준 산은 노조 위원장은 “사측이 진행한 ‘산은 이전 시 산은의 역량 강화 방안 컨설팅’은 산은이 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정해져 있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소위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하면 돼’라는 뜻의 신조어) 컨설팅’”이라며 “산은은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네트워크 효과와 인적 자원이 가장 중요한데 이러한 산은을 금융중심지인 여의도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동시에 기관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컨설팅 결과를 과연 누가 신뢰할 수 있겠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노사 양측의 컨설팅 결과가 모두 나왔으니 공개토론회를 진행하자”라고 덧붙였다.
산은 노조는 이날 거래처도 산은의 본점 이전을 반대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는 이날 본점 고객기업과 협업기관 종사자 930명을 대상으로 부산 이전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산은의 부산 이전을 반대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84%라고 밝혔다.
조진우 산은 노조 부위원장은 “산은 부산 이전을 반대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84%인 반면 ‘재무 및 자금부서’ 종사자는 90% 반대로 비율이 가장 높다”라며 “대출자산의 99.8%가 기업자산인 산은의 특성상 직접적 거래당사자인 기업별 ‘재무 및 자금부서’ 직원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이전을 강행한다면 기업금융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산은 노조는 “임직원 설문조사 결과 기혼 직원의 80%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라며 “본인 경력을 포기하면서까지 배우자의 직장을 따라 거주지를 이주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94%의 직원은 주말부부를 하겠다고 답했으며, 이는 단순히 정주여건의 문제가 아니고 가족의 삶이 바뀌는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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