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숨만 쉬어도 땀범벅"…건설현장, 수은주 34도에 '작업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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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도 이런 찜통이 없네요. 숨만 쉬어도 땀이 줄줄 나는걸요."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을 피하기 위해 그늘막 아래로 발걸음을 옮긴 광주 북구 오치동 건설 현장의 작업자 A씨는 31일 "더위를 먹은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쉴 새 없이 에어컨이 가동 중인데도, 내부는 작업자들이 뿜어내는 열기에 금세 무더워졌다.
목에 두른 수건과 작업복 소매로 연신 땀을 닦아내던 한 작업자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여기도 안 되겠다"며 다시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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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로당은 노인 피서객들로 때아닌 '성수기'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찜통도 이런 찜통이 없네요. 숨만 쉬어도 땀이 줄줄 나는걸요."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을 피하기 위해 그늘막 아래로 발걸음을 옮긴 광주 북구 오치동 건설 현장의 작업자 A씨는 31일 "더위를 먹은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일주일째 이어지는 폭염 특보에 끈적한 습도까지 더해지자 체감온도는 35도를 웃돌았다.
오전 나절부터 땀에 흥건하게 젖은 그는 500㎖짜리 생수통을 여러 개 집어 들고서 연거푸 들이켰다.
가파르게 오른 수은주가 정오를 한시간여 앞두고 33.6도를 가리키자 '작업을 중단하라'는 공지가 전달됐다.
자재 운반 작업을 하던 10명은 그늘을 찾아서 19㎡(6평) 남짓한 컨테이너로 피신했다.
쉴 새 없이 에어컨이 가동 중인데도, 내부는 작업자들이 뿜어내는 열기에 금세 무더워졌다.
목에 두른 수건과 작업복 소매로 연신 땀을 닦아내던 한 작업자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여기도 안 되겠다"며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는 수도꼭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줄기 아래에 고개를 밀어 넣고 땀을 씻어냈다.
현장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오전 7시부터 정오까지, 오후 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작업을 하지만, 요즘은 너무 더워서 오후에는 작업은 안 하고 일찍 마무리한다"고 설명했다.
북구 두암동에 있는 한 노숙인 쉼터도 장기간 이어지는 무더위로 애를 먹기는 마찬가지였다.
반소매, 반바지 차림으로 공용 시설로 모인 입소자 16명은 쉼터에서 특식으로 나눠준 냉화채와 냉국을 마시며 더위를 식혔다.
거처가 마땅치 않아 쉼터를 주거지 삼아 생활하는 입소자들은 밤에도 '여름 나기'로 진을 뺀다.
폭염 특보가 주의보에서 경보로 격상된 후 광주에서는 밤까지 더위가 지속하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노숙인 쉼터에서는 입소자 4∼5명이 방 한 칸에 모여 잠을 청하는 형편이다.
이 시설에서 한 달 차 생활에 접어든 최모(39) 씨는 "더위 때문에 밤에 잠도 안 온다. 그나마 하루에 두 번 샤워해야 쾌적하게 잘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쉼터에서 아이스크림, 얼음물을 제공해줘서 감사하다"며 "큰 불만 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혹서기에 접어들면서 에어컨을 수시로 가동하는 아파트 단지 인근 경로당도 백발의 피서객들로 때아닌 '성수기'를 맞았다.
비교적 선선한 이른 오전에 저마다 볼일을 마친 어르신들은 정오를 즈음해 하나둘 경로당으로 모였다.
서늘한 기운이 올라오는 대나무 돗자리 위에 몸을 부린 어르신들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누워서 열기를 식혔다.
집에 앉아서 숨만 쉬어도 땀이 난다는 김봉임(80) 씨는 경로당을 여름철 최고의 휴양지로 꼽았다.
서구 치평동 상무중흥2단지 아파트에서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인원 제한 없이 냉방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집보다 더 시원하게 여름나기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광주에서는 지난 25일 오전 11시를 기해 발효된 폭염 특보가 일주일째 유지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응급실 감시체계를 기준으로 집계하는 올여름 온열질환자는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29일까지 광주에서 24명 발생했다.
da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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