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슈가 프리’ 제로 마케팅의 실체

연지연 기자 2023. 7. 3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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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설탕 대체 감미료 ‘아스파탐’의 유해성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 분류군(2B)에 넣은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정말 ‘아스파탐이 발암 물질이냐’는 질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답을 내놨다. 하지만 그 답들은 여전히 아리송하다. 숱한 논란 속에서 내린 결론은 하나. ‘많이 먹으면 유해할 수 있고, 얼마나 먹어야 유해한 지는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아스파탐의 유해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현재로선 몸무게 60kg 성인인 경우 매일 제로콜라 250mL(아스파탐 43mg 함유 시)를 55캔 정도 마셔야 위험하다는 정도로만 추정 가능하다. 하루에 이렇게 많이 아스파탐을 섭취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국제암연구소가 아스파탐을 2B군에 분류한 것에 대해서도 의구심도 나왔다. 2B군은 암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암과 연관이 있다는 인체 연구 자료나 동물실험 결과가 충분치 않을 때 매기는 등급이다. 김치 등 아시아 전통방식의 절임 채소, 알로에베라 잎 추출물 등이 2B군에 속해 있다. 우리가 삼시세끼 매일 먹는 김치를 발암 가능 물질이라면서 밥상에 올리지 않을 사람을 찾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저런 지적에도 식품업계는 재빨리 아스파탐과 거리를 두고 있다. 자체(PB) 상품을 만드는 이마트와 제과업체 오리온, 크라운제과 등 유통업체들은 아스파탐을 다른 원료로 대체하기로 했고 다른 식품회사들도 고심하고 있다.

이처럼 신속하게 대응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간 식품업계가 설탕을 뺐다는 ‘슈가프리(sugar free) 제로마케팅(유해 물질의 함량을 없애 고객을 끄는 영업 전략)’에 집중했었기 때문이다. 믿고 먹고 마시는 제로 식품을 지금껏 강조해 왔는데 이런 제로 식품이 발암 가능 물질과 연결되니 소비자 불안이 안 생길 수 없다.

사실 식품업계의 제로 마케팅은 시대 정신을 충실하게 따른 결과다. 설탕이 백해무익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건강관리에 신경쓰는 시대라서다. 엄마들은 아이에게 간식을 사줄 때면 조금 더 비싸도 ‘슈가 프리’나 ‘제로’ 간판을 단 과자를 택한다.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는 이들은 ‘치팅데이(cheating day·식단 조절 중 부족했던 탄수화물을 보충하기 위해 1~2주에 한 번 정도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는 날을 뜻하는 말)’를 즐기더라도 “양심이 있으면 콜라는 제로(무설탕)!”라고 외친다.

소비자와 유행에 민감한 식품업계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좋아했고 설탕 대비 단가 절감 효과도 있었다. 제로 마케팅에 골몰하다보니 과장도 있었다. 설탕 대신 아스파탐을 넣고 ‘제로’를 크게 외쳤지만, 제로라고 하더라도 칼로리가 ‘제로’는 아니라는 점은 밝히지 않았다. 아스파탐을 다이어트용으로 보긴 어렵고 당뇨병 환자 등 단맛은 고픈데 설탕을 먹을 수 없는 이들을 위한 대체제란 사실도 굳이 밝히지 않았다. 비슷비슷한 광고문구만 내놨을 뿐이다. “(많이 먹어도 마셔도) 괜찮아, 제로니까.”

최근 식품업계가 꼽은 아스파탐의 대체제는 천연감미료라는 ‘알룰루스’다. 건포도나 무화과에 있는 천연 대체제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 설명도 반만 맞다. 알룰루스를 얻으려면 효소 등을 사용해 과당으로부터 인공적으로 합성해야 한다. 천연물이라고 광고해서는 곤란하고, 정확히 말해 알룰루스는 유전공학 기법으로 개량한 미생물 효소를 사용해 포도당이나 과당으로부터 합성한 유전자변형(GMO) 식품이라는 뜻이다.

알룰루스는 과연 안전할까. 아스파탐과 같다. 아직은 모른다. 알룰루스도 아스파탐처럼 충분한 연구가 부족해서다.

알룰루스가 아스파탐처럼 시장에 삽시간에 퍼지고 제로 마케팅이 다시 시작됐을 때, 다시 한번 발암물질 논란이 나오면 어떻게 될까. 또 소비자는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식품업계는 또 빠른 ‘손절(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관계를 끊는다는 뜻)’을 하고 다른 대체제를 찾아야 할 것이다.

아스파탐 논란으로 소비자와 식품업계가 얻어야 할 교훈 한 가지는 소비자는 현명한 선택을, 식품업체는 정도를 지키는 마케팅 전략을 짜야한다는 것이다. 설탕 없이 단맛을 향유하겠다는 소비자의 입맛도 문제지만, 사실을 반만 밝히고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도 문제다. ‘설탕 없는 건강식품’이란 제로 마케팅도 ‘아스파탐 논란에 우린 안전하다’는 손절 마케팅도 곱게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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