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에…"수요 있어" vs "신뢰 못해"(종합)

고홍주 기자 2023. 7. 31. 13: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용부, 연내 서울시 100명 시범도입 계획 발표
최저임금·근로기준법 적용…파견·통근형 유력
공청회서는 찬반 첨예…고용부 "추후 보완예정"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글로벌 베이비페어를 찾은 관람객이 아이옷을 살펴보고 있다. 2023.07.06.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정부가 하반기 서울에 필리핀 등 외국 출신 가사도우미 100여명을 시범 도입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논란이 됐던 최저임금 미적용은 고려하지 않기로 했고,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근로자 서비스 제공기관이 가사도우미와 직접 계약을 맺고 출퇴근 형식으로 일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하지만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와 국내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는 찬성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고용노동부는 31일 오전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를 열고 정부 계획안을 발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근로자들은 고용허가제(E-9) 인력으로 입국해 6개월간 서울시 전체 자치구에서 시범 근무할 예정이다.

송출국은 가사서비스 관련 자격증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를 우선 검토하고 있는데, 필리핀의 경우 직업훈련원에서 6개월 훈련 후 수료증을 발급하고 있어 필리핀이 유력하다.

고용 형태는 가사근로자법상 정부인증을 받은 서비스 제공기관이 직접 이들을 고용해 각 가정에 통근형으로 파견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최저임금 적용 등 내국인과 동일한 노동조건이 적용된다.

근로기준법 역시 적용되지만 휴게·휴일, 연차휴가 등 일부 규정은 적용 제외된다. 이 경우 숙소는 서비스 제공기관이 마련하며, 서울시가 추경을 통해 마련한 1억5000여만원의 예산으로 숙소비와 교통비, 통역비 등 초기 정착 소요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가 밝힌 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내국인 가사·육아인력 종사자의 고령화 때문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종사자의 92.3%가 50대 이상이고 취업자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가사돌봄서비스 제공자와 수요자 등이 참석한 이날 공청회에서는 제도 환영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거셌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먼저 "이 정책의 목적이 저출산 해결인지 여성의 경력단절 해결인지가 모호하다"며 "누가, 얼마나, 왜, 얼마만큼의 비용으로 외국인력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사육아인력 종사자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정책 도입을 논의하게 됐다고 했는데 정부는 그동안 부족한 인력이 얼마나 되고 왜 공급이 감소하고 있는지, 국내 중고령 정주 노동자들을 시장으로 견인하는 데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고용부 내 정책 멘토단인 '워킹맘&대디 현장 멘토단' 역시 쓴소리를 쏟아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잠재적 수요자인 이들은 공통적으로 '신뢰'를 반대의 이유로 꼽았다.

육아휴직 중 복직을 앞둔 강초미 멘토는 "현장에서 5~60대 육아도우미를 선호하는 건 육아 경험이 있어서 선호하는 것인데, 과연 외국인들이 이론만 가지고 왔을 때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까 의문 드는 게 사실"이라며 "가사노동만 도입한다면 사용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육아를 결합한다고 하면 저는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단언했다.

37개월 된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김고은 멘토는 "아이와 관련된 것은 돈이 비싸다고 안 쓰고 저렴하다고 쓰는 영역이 아니다. 믿음이 가장 중요한데, 문화라는 게 한두 번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습득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걱정된다"며 "현재 중년여성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된다. 만일 정부가 지원금을 투입한다고 하면 조부모나 친인척에게 지급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도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근본적으로 내가 내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게 단축, 유연근무를 활성화시키는 게 훨씬 좋은 정책이지 않을까 싶다"며 "근로시간을 조율하는 게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양=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달 4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코베 베이비페어&유아교육전에서 관람객들이 유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3.05.04. kch0523@newsis.com


워킹대디인 김진환 멘토 역시 "가사노동자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 부정적"이라며 "가정이기 때문에 일반 사업장에서 외국인을 채용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신원 증명할 수 있는지, 문화적인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지, 육아에 대한 가치관 교육을 이뤄낼 수 있는지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송미령 가사돌봄유니온 사무국장도 "가정과 근로자의 매칭업무를 할 때 젊은 층이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게 '혹시 외국인이 오느냐'는 거였다"며 "외국인 기피에 있어서 대부분의 아이가 있는 가정은 정서가 다르다는 얘기를 항상 하더라. 정말로 젊은 세대들이 외국인의 가사서비스를 절실히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반면 제도 도입에 긍정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주된 이유는 정부의 제도 추진 배경처럼 가사돌봄인력 부족이다.

가사도우미 서비스 매칭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고 있는 이봉재 홈스토리생활 부대표는 "맞벌이가 늘어나고 가사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종사자도 줄고 평균 연령대도 올라가고 있다"며 "4주 전쯤 약 이틀 간 수요 조사를 해본 결과 150명 이상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외국인력 도입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도 "외국국적 동포가 80만 명 정도이고 이 중 절반인 여성 동포들이 고령화되고 있다. 그동안은 내국인들과 경쟁해왔지만 고령화가 더 빨리 진행되고 인력이 더 도입이 안 된다고 하면 이 시장 서비스를 누가 어떻게 공급할까라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며 "도입하자, 하지말자 하는 논의보다는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찬반의견이 엇갈렸지만, 이날 참석한 패널들은 졸속 시행돼서는 안 된다는 데에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외국인 가사서비스 수요가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과 기존의 내국인 종사자들의 일자리 안정성 보호 방안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고용부는 이날 발표한 계획안이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상임 고용부 외국인력담당관은 "오늘 밝힌 내용은 그간 정부가 지금까지 검토해온 시범사업 계획안에 대한 것으로, 이해 관계자와 국민들 의견을 듣고 보완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또 미처 파악하지 못해서 더 챙겨봐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듣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 3분기 중으로 시범사업계획안을 확정해 외국인력정책위원회 의결을 거친 뒤 연말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 앞서 시민단체들은 시범사업에 반대하는 규탄 대회를 열기도 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여성노동자회 등이 참여한 기자회견에서는 "정부의 도입 추진에 사회 곳곳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냈지만 되레 공청회로 시범사업을 확정하려 한다"며 "근본적인 저출생 대책을 내놓으라"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