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최초 한 종목 6연패 성공한 케이티 러데키, ‘여자 펠프스’ 넘어 수영 전설 향해 순항[김배중 기자의 볼보이]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2013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2015년 카잔, 2017년 부다페스트 대회까지 3차례의 세계선수권에서 총 14개의 금메달을 획득하고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도 4관왕에 올라 ‘여자 펠프스’라는 별명이 생긴 미국의 케이티 러데키는 어쩐 일인지 광주에서 유독 부진했다. 경영 첫날 자유형 4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러데키는 이튿날 자유형 1500m 예선에서 전체 1위에 오르고도 이후 결선에 기권했고, 셋째 날 치러진 자유형 200m 예선에는 처음부터 기권했다. 러데키를 향한 의문이 커질 즈음 미국 대표팀은 “(러데키가) 광주에 온 직후부터 감기증상 등으로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영 대회가 끝나기 하루 전에야 러데키는 폼을 회복했다. 경영 7일째 열린 자유형 800m 결선에서 러데키는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은 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수상 후 러데키는 “경기를 잘 마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괜찮아졌다”며 활짝 웃었다.
그로부터 4년 뒤. 7월 29일 열린 2023년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자유형 800m에서 러데키는 금메달을 획득했다. 포디엄에 서는 일이 흔했던 러데키에게도 이 금메달 하나의 의미는 남달랐다. 세계선수권 한 종목에서 6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여자 자유형 800m의 러데키가 최초다. 한 종목 5연패 이상도 러데키를 빼면 남녀 종목을 통틀어 여자 접영 50m의 사라 셰스트룀(30·스웨덴·5연패)밖에 없다. 연속기록을 세우기 위해서는 기량뿐 아니라 인내심 그리고 운도 따라야 한다. 펠프스도 2001~2011년 사이 세계선수권이 7번 치러진 동안 남자 접영 200m에서 금메달 6개를 수집했다. 하지만 2005년 캐나다 대회 접영 200m에 출전하지 않아 대기록의 주인공은 되지 못했다.
또 하나. 자유형 800m 금메달로 러데키는 세계선수권 경영 개인종목에서 펠프스(15개)를 넘어 역대 가장 많은 16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가 됐다. 단체종목까지 포함하면 통산 금메달 26개인 펠프스가 21개인 러데키를 여전히 앞선다. 하지만 1997년생인 러데키가 아직 20대 ‘중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펠프스를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다. 예전보다 단거리에서 순간적으로 내는 힘은 떨어졌지만 중장거리에서 보여주는 러데키의 클래스는 독보적이다. 특히 자유형 800m는 세계선수권, 올림픽을 통틀어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선수에게 금메달을 내준 적이 없다.
원래 2년 마다 치러지던 세계선수권이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는 매년 열린다는 것도 러데키에게는 호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선수권은 2019년 광주 대회 이후 2021년 열릴 예정이던 후쿠오카 대회가 2년 연기됐다. 그 사이 세계선수권을 4년 만에 치를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2022년 6월, 코로나19 공포증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유럽의 부다페스트(헝가리)에서 특별 대회처럼 열렸다. 앞서 연기됐던 후쿠오카 대회가 올해 열렸고, 원래 2023년이었어야 했을 카타르 도하 대회의 개최 시기는 카타르의 더운 여름 등을 감안해 해를 넘겨 ‘2024년 2월’이 됐다. 그리고 2025년에 원래 예정된 싱가포르 대회가 치러진 뒤에야 예전처럼 2년 마다 세계선수권이 열린다.
매년 큰 대회가 이어지는 좋은 흐름 속에 세계선수권뿐 아니라 내년 열릴 파리 올림픽에서 러데키가 금메달에 관한 기록들을 경신할 가능성도 높다. 지금까지 올림픽에 3번 참가한 러데키는 금메달 7개를 획득했다. 올림픽 여자 수영 최다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리기까지 금메달 1개가 남아있고, 수영을 넘어 올림픽 여자선수 최다 금메달리스트까지는 2개가 남아있다. 올림픽 여자 수영 최다 금메달은 제니 톰슨(50·미국)의 8개고 여자선수 최다는 체조의 라리사 라타니나(89)가 보유하고 있는 9개다.
후쿠오카에서 자유형 800m를 치른 후 러데키도 경기 뒤 “여기까지 올 거라고 상상 못했다. 그동안 경쟁한 모든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훌륭한 경쟁자들이 있어 나도 지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앞으로 조국을 위해 더 많은 메달을 따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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