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강사 감옥간다" 댓글 조작까지…수험생 울리는 악성 마케팅 [사교육 심층진단 2편]

박광주 기자 2023. 7. 3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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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사교육의 몸집을 키우는 건 결국 불안과 공포입니다.


입시에서 낙오되면 더 이상의 기회가 없다는 불안감을 파고들어 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건데요. 


최근엔 탈법과 위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악성 마케팅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례가 상당합니다.


이어서, 박광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 인기 강사의 유튜브 채널.


변화하는 입시 환경에 맞춰, 당장 이번 방학부터 공부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준비하면 안 된다. 즉 여러분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으로 준비하면 안 된다 이겁니다."


의대에 가려면 적어도 초등 고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수준의 수학을 배워야 한다고 부추기는가 하면,


인터뷰: 초등학생 의대입시 학원 설명회

"초등학교 6학년이 중 1이 되는 거예요. 그 아이를 기준으로 0.1% 의대 반에 들어올 수 있는, 0.1% 의대 반을 시작하는 진도는 수학I이에요."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몰아붙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영어유치원 관계자

"18개월부터 (입학) 가능해요. 둘째나 셋째들은 18개월 되면 바로 와요. 언어발달이라던가 사회성이라던가 이런 부분들은 확실히 빨라요."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파고드는 건데, 수강생을 현혹하기 위해 불법 행위를 하는 사례도 상당합니다. 


수능 화학 과목에서 소위 일타 강사로 꼽히는 박상현 씨는 수강생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박상현 화학강사

"어떤 여학생 한 명이 와서 '선생님 혹시 감방 가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냥 듣고 지웠어요. 근데 그 말이…."


수험생들이 많이 찾는 웹사이트에서 박 씨 수업을 듣다가 시험을 망쳤다거나 문제 유출 혐의로 구속될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는 겁니다.


여기에 외모와 인격까지 비방하는 게시물이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왔는데, 알고 보니 경쟁 업체에서 벌인 댓글 공작이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EBS 강사 등 피해자가 수두룩했고, 게시물을 빠르게 퍼뜨리기 위해, 용역업체까지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박상현 화학 강사

"학생이 아니었구나 뭐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그때는 화가 나더라고요."


이 같은 불법 마케팅은 시장을 교란할 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의 피해로 이어집니다.


허위 정보에 기반해 잘못된 선택을 하게 하고, 불필요한 추가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홍용건 변호사 / 법무법인 다전

"선택권이 침해가 된 것 아닙니까? 학생이나 학부모가 직접적으로 불법 댓글을 단 학원이나 선생님들을 상대로 마땅한 청구 방안이 없다는 것도 좀 문제입니다."


최근 5년 동안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직적 댓글 조작을 비롯해 합격률과 성과를 부풀리는 허위 과장 광고 등 50건의 사교육 불공정 행위를 적발했습니다.


서울에만 학원 숫자가 1만 5천 곳을 돌파하는 등 업체 간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탈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불안 마케팅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소영 정책팀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불법 행위를 감행해서라도 수험생들에게 이 강의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사실 홍보해야 하는 그런 구조이고 수백억 단위의 연간 굉장히 큰 영업이익의 포션을 가지고 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러한 이제 업계 관행이 사실 개선되기는 굉장히 어려운 (구조입니다)."

정부는 사교육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언하며 대대적인 현장 점검에 나선 상황.

악성 마케팅의 폐해를 막으려면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 대처와 함께, 근본적으로는 공정한 기회를 보장할 수 있도록 입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EBS 뉴스 박광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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