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비만 월 300…등골 빼는 '의대 방정식' [사교육 심층진단 1편]
[EBS 뉴스12]
이른바 공정 수능 논란 이후, 지나친 사교육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황폐하게 만들고 있는지,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사교육비는 26조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는데요.
EBS 뉴스는 이 같은 사교육 문제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연속보도로 짚어봅니다.
첫 순서로, 최악의 불경기 속에서도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불리며,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가는 학원가를 돌아봤습니다.
배아정 기잡니다.
[리포트]
방학 특수를 맞은 서울 강남의 학원가.
늦은 시간에도 학원 곳곳에 불이 켜져 있습니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학생들이 쏟아져 나오고, 도로 곳곳은 비상등을 켠 차량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룹니다.
인터뷰: 고등학교 3학년 / 서울 서초구
"일단 아침에 단과를 듣고 공부하고 대충 밥 먹고 들어가서 저녁 강의 듣고 아침 9시부터 학원 수업 시작해서 10시에 끝나요. 밤 10시에."
방학이 곧 기회라며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수업을 한다고 광고하는 학원들.
수강료는 부르는 게 값입니다.
인터뷰: 강남 A학원 관계자
"필수로 들으셔야 되는 수업이 있어요. 한 달에 백이십만 원이시고 성적이 안 좋으실수록 더 들어야 되는 강의 수가 많아서 더 비용이 비싸진다고 생각하시면 되세요."
가장 인기 있는 강좌는 단연 의대 입시반입니다.
지난해 정시에서 의대 전체 정원의 절반을 배출했다고 홍보하는 이 학원은 작년 한 해에만 2천7백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한 달 학원비만 2백만 원대, 독서실비와 급식비, 초고난도 문항을 선별했다는 콘텐츠 비용까지 합치면 다달이 나가는 돈만 3백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그런데도 빈 강좌 찾기가 힘듭니다.
인터뷰: 고등학교 3학년 / 서울 강남구
"최상위권 애들은 대부분의 의대고요. 왜냐하면 요즘같이 좀 되게 혼란스럽고 취업도 잘 안 되는데, 의대는 그래도 가기만 하면 미래는 보장되어 있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추천도 많이 해 주세요. 학원선생님들이."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고난도 강좌를 따라잡기 위해, 최소 2년 이상의 선행 학습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번지면서, 회당 수십만 원의 과목별 사교육을 따로 받기도 합니다.
웬만한 형편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사교육비에 부모들은 당장 먹는 것, 입는 것부터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이은정(가명) / 고3, 고1 학부모
"일을 안 하다가 지금 아이들이 고3이 되고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아르바이트식으로 취직을 하는 엄마들이 진짜 많아졌습니다. 이제 학원비 부담이 너무 많아지니까…."
실제 사교육비 부담은 가계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커졌습니다.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 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웠습니다.
저소득층마저 학원비를 더 썼는데, 고소득층은 더 빠르게 늘어 격차는 벌어졌습니다.
모든 소득 구간에서 학원비가 온 가족 식비나 주거비를 넘어섰고, 특히 소득 상위 20% 가구의 중고생 사교육비는 식비와 주거비를 합친 것과 맞먹었습니다.
그런데도 학원비를 줄이지 못하는 건, 학교 수업만으론 도저히 못 푸는 문제 몇 개에, 바늘구멍 입시가 결정된다는 압박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은정(가명) / 고3, 고1 학부모
"불안하죠. 킬러 문제나 준킬러 문제를 풀게 하기 위해서 학원을 보내는 게 사실은 그게 제일 큰 목적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인 문제들은 자기주도학습으로도 충분한데 그 이상의 문제를 풀어내야 되니까…."
대학 간판이 평생 임금을 좌우하는 현실.
갈수록 좁아지는 고용 시장.
단 한 번의 낙오가 모든 것을 끝장낸다는 공포 속에, 지난해 주요 대형 학원들의 연 매출은 수천억 원까지 뛰며, 유례없는 호황을 이어갔습니다.
인터뷰: 고등학교 3학년 / 서울 강남구
"서울대 의대 몇 명이 갔다. 이런 식의 입결이 나오는 것들이 그거는 사실 저는 이미 잘하는 애들이 갖는 역량이 더 크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왜냐하면 사실 대치에서 잘하는 학생들은 어차피 대부분 학원에 (다니고)."
기형적으로 성장한 사교육 환경 속에서, 교육은 희망이 아닌 거대한 장벽으로 다가옵니다.
EBS뉴스 배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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