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등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싱가포르 월 60만원, 한국은?(종합)
연내 비전문인력 가사근로자 100명 시범도입 예정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정부가 E-9(비전문인력) 외국인 근로자를 가사근로자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르면 연내에 필리핀 등 외국인 가사근로자 100명을 시범적으로 서울에 있는 맞벌이 가정에 배치·활용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정책 사업으로, 맞벌이 부부들의 가사근로자 고용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이다.
고용노동부는 31일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에 앞서 진행한 공청회에서 이 같은 계획(안)을 밝혔다.
계획(안)을 보면 이르면 연내 서울지역 전체 자치구를 대상으로 E-9 외국인 근로자를 통한 외국인 가사인력을 국내 시범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도입규모는 100여명 정도로, 6개월의 시범사업 기간을 거친 뒤 본 사업으로의 확대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그동안 외국인 가사·돌봄인력의 경우 재외동포(F-4), 결혼이민(F-6) 등 장기체류자나 방문취업동포(H-2)만이 취업 가능했지만, 최초로 비전문인력(E-9)에까지 허용한 것이다.
정부는 내국인 가사·육아인력 감소 및 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 속 저출산에 대응하고, 여성 경력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 대책을 내놨다.
기대되는 가장 가시적인 효과는 가사서비스 이용부담 완화다.
고용부에 따르면 현재 맞벌이 등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가사서비스를 이용 중인 수요가구의 경우 내국인 가사근로자 고용 시 통근형은 시간당 1만5000원 이상, 입주형은 월 350만~450만원(서울기준)을 부담하고 있다.
새로 도입할 E-9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사업의 경우 목적은 현행 가사고용서비스의 부담 완화에 맞춰져있다. 맞벌이 부부들에 서비스 이용 부담을 줄임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출산률 향상도 꾀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일단 이들 E-9 외국인 가사근로자들 역시 최저임금 적용 등 내국인과 동일한 노동법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월 급여로 환산하면 201만580원(209시간 기준)이다.
현재 중국동포가 월 250만~350만원의 급여를 받는 점을 고려하면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금액도 개개 맞벌이 가구에게는 부담스러운 수준이어서 제도 취지에 비쳐 볼 때 실제 수요자 체감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는 싱가포르와 홍콩의 사례가 조명받고 있다. 이번 공청회 계획(안)에서도 두 나라의 사례가 소개됐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1970년대 여성사회 진출을 독려하고, 저출산 대책 등의 문제해결을 위해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했다. 전체 약 140만가구 중 5분의 1이 외국인 가사도우미(약 26만명)를 고용하고 있을 정도로 제도가 정착한 상태다.
최저임금 제도가 없는 싱가포르는 이들의 월 급여를 각 국가와 협상해 정하는데, 약 40만~60만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가사근로자 고용주는 매달 정부에 300싱가포르(약 29만원)의 고용부담금을 낸다. 싱가포르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싱가포르인 월 평균 급여는 약 496만원으로, 맞벌이 부부의 경우 소득의 10분의 1정도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는 셈이다.
홍콩의 경우에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홍콩 국민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시급 6200원)을 적용받지 않고, 월 77만원 이상만 받으면 되도록 정해져 있다. 대만 역시 외국인 가사근로자들에게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 중이다.
외국인 가사근로자 임금 수준은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추후 논의를 통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신뢰 확보를 위해 송출국은 가시인력 관련 자격증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를 우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국인력에 대한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아무리 비용 부담을 완화하더라도 수요가 늘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표적인 곳은 필리핀이다. 필리핀 출신 가사 근로자는 자국 직업훈련원에서 6개월간 훈련받은 뒤 수료증을 발급받아야 외국에서 일할 수 있다. 정부는 또 외국인 가사 근로자의 관련 경력·지식, 연령, 한국어·영어 능력, 범죄 이력 등을 검증할 예정이다. 정신 질환자, 마약류 중독자이거나 범죄 이력이 있으면 선발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외국인 가사근로자들은 국내 입국 전후 한국 언어·문화, 노동법 등을 교육받는다. 국내 가사 근로자 서비스 제공 기관에 배정된 뒤에는 국내 가정으로 실무 투입 전 아동학대 방지를 포함한 가사·육아, 위생·안전과 관련한 교육을 받게 된다.
이들의 서비스는 가사근로자법상 청소, 세탁, 주방일과 가구 구성원 보호·양육이다. 이용 시간은 하루 중 일부, 하루 종일 등 이용자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숙소는 서비스 제공 기관이 마련한다. 숙소 비용은 근로자가 부담한다.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 근로자가 국내에 정착하는 데 드는 숙소비·교통비·통역비 등을 초기에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 등을 고려해 3분기(7∼9월)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시범사업 계획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김은철 고용부 국제협력관은 "시범사업 계획안은 외국인 가사인력 도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사회적 수용성, 실제 수요, 운용상 문제점 및 해소방안 등을 면밀히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용자 비용 부담을 더 완화하기 위한 방안은 앞으로 추가적인 논의가 계속될 것"이라며 "다양한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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