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오르는데…국회서 묻힌 개인채무자보호법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고금리 장기화 속 개인 차주들의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개인 채무자의 연체이자와 추심 부담 완화를 위해 마련한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안'(개인채무자보호법) 제정안이 서둘러 처리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1일 금융권과 국회 등에 따르면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지난 4월25일 심사를 마지막으로 다른 법안들에 밀려 사실상 석 달 넘게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채무자의 권익 증진과 신속한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정부 제정안으로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됐다. 올해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주요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됐다.
채무조정, 연체이자 부과, 추심 등 연체 이후 일련의 과정에서 채무자의 권익을 강화하는 것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채무를 연체한 채무자가 채무상환이 어렵다고 판단한 경우 채권금융회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채무조정요청권'이 신설되고 금융사는 채무자의 권리에 중대한 영향이 있는 기한의 이익 상실, 채권 양도, 주택경매 진행 전 채무자에게 채무조정 기회를 통지할 의무가 생긴다.
또 채무 중 일부만 연체돼도 원금 전체에 연체 가산이자를 부과하던 현재 방식을 바꿔 상환기일이 도래한 연체 금액에 대해서만 이자를 부과할 수 있게 연체이자 부과 방식도 바뀐다.
예컨대 2000만원을 1년 간 연 6% 금리에 만기 일시상환 방식으로 대출받았다가 월 10만원의 이자를 연체했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는 원금 2000만원 전체와 밀린 이자 10만원에 대해 연체 이자가 붙지만 앞으로는 연체 이자 10만원에 대해서만 가산이자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추심총량제, 연락제한요청권, 추심 유예 등을 통해 과잉추심 등 채무자에게 불리한 추심관행을 개선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겨 있다.
그러나 지난 4월25일 법안심사소위에서 개인 대출에서 연체가 발생할 경우 원리금 전부가 아닌 연체 금액에 대해서만 연체이자를 부과하는 안을 '원금 5000만원 이하 대출'부터 우선 적용키로 여야가 합의한 것을 마지막으로 개인채무자보호법에 대해서 더 이상의 심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초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이르면 상반기 내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점쳐졌지만 현재는 9월 정기국회에서의 논의 재개 여부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의 국회 논의가 미뤄지는 사이 이 법의 보호 대상이 되는 개인 차주들의 연체율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5월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가계대출 연체율은 0.37%로 전년동월말 대비 0.18%포인트 상승하며 1년 사이에 2배 가량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0.75%로 전년동월말 대비 0.37%포인트 올라 상승세가 가팔랐다. 기업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도 연체율이 1년 사이에 0.25%포인트 증가하며 0.45%를 기록 중이다.
이는 그나마 연체율 관리가 잘 된 은행의 경우이고 상대적으로 차주 신용도가 낮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개인 연체 문제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개인채무자보호법의 논의가 더 지연될 경우 취약 채무자 보호와 재기 지원을 구고히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서둘러 국회에서 논의를 재개해주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장 이견이 컸던 연체이자 제한 적용 기준을 원금 5000만원 이하 대출로 결론내린 만큼 심사만 재개되면 논의가 빨리 진행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제정안의 다른 부분에는 쟁점이 많지 않고 공청회도 생략 가능해 최대한 신속히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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