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좨송합니다’ 사연 알려진 뒤 日주문 1000건 “힘들어도 고맙죠”
노점상부터 시작된 40여년 장사 인생, 이웃 도움으로 버텨
”혹평 마음 쓰이지만 손님들에겐 그저 고마울 뿐”

“너무 너무 좨송합니다. 너무 좨송해요. 너무큰실수를햇내요”
올해 초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3번 출구 인근 ‘대박분식’의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리뷰란에 “오이를 빼달라”는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며 올라온 불만 글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냉면을 시킨 또다른 손님이 “냉면에 육수가 없고 면은 다 불었다”고 하자, 점주는 “너무 좨송합니다(죄송합니다). 다음엔 육수 만이 드릴개요(많이 드릴게요)”라고 답했다. 음식 맛이 좋다고 쓴 후기에는 “요새 우울한대(한데) 조은(좋은) 리뷰 감사하고 고맙읍니다(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맛잇개(맛있게) 해드리고 양도 만이(많이) 드리겠다. 조금 실수가 있더라도 잘 부탁드린다”고 썼다.
화면 뒤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은 듯한 날카로운 리뷰와 공격적인 댓글이 판치는 요즘, 진심 어린 사과와 감사가 묻어나는 점주의 댓글에 뭉클함을 느꼈다는 사람들이 많다. 서툰 손짓으로 한 자 한 자 정성껏 댓글을 단 사람은 대박분식의 노부부. 이들의 사연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자 이른바 ‘돈쭐’(돈과 혼쭐을 합성어로 돈을 벌도록 주문을 많이 해 혼내준다는 의미)을 내주기 위한 주문이 밀려 들어오고 있다. 하루 1000건 가까운 배달 주문이 오면서 홀 장사는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28일 오후 5시쯤 7평 남짓한 허름한 음식점 입구로 들어서는 20대 기자를 본 노부부는 대뜸 “배고플텐데 일단 앉아서 밥부터 먹어라”고 말했다. 기자라고 밝힐 틈도 없이 반강제로 앉은 식탁 위에 나온 것은 제육볶음과 밥 두 공기. 노부부가 저녁 허기를 달래기 위해 미리 만들어둔 음식이었다. 빨리 인터뷰를 할 요량으로 제육볶음을 뚝딱 비워내자 이번엔 라면 한 그릇이 다시 등장했다.
직접 음식을 앞 접시에 담아주던 가게 주인 이무진(75)씨 아내 이모(68)씨는 27살이라는 기자에게 “우리 막둥이가 28살”이라고 했다. 공짜 밥을 먹을 순 없어 가지고 있는 음료수라도 건넸더니 한사코 거절하며 “손님이 많아 힘드니 먹었으면 빨리 가라”고 했다.
20년 넘게 분식집을 해온 노부부에게 요즘 하루하루가 믿기지 않는 일들의 연속이다. 배달 주문 주소를 분식집으로 한 뒤 “만수무강 하세요”라는 요청사항을 남기거나 커피와 간식거리를 사들고 직접 찾아오는 손님, 주문 없이 현금만 두고 가는 시민도 있다고 한다. 이무진씨는 “20년 동안 한 번도 이렇게 손님들이 밀려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수십개에 그치던 배달 앱 리뷰는 이날 기준 300개가 넘었다. 대부분이 선플이다.
이날 만난 20대 손님 A씨는 “몇 년 동안 이 부근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이번에 이슈가 되면서 처음으로 왔다”고 했고, 한 배달기사는 “원래 콜도 몇 개 안 들어오던 곳인데, 최근에는 셀 수도 없이 많아졌다”고 했다.
현재 노부부는 건강이 좋지 않아 1000건에 달하는 주문 중 20여건만 겨우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노부부는 은행 빚 2억원을 갚기 위해 힘 닿는 데까지 손님을 맞이하고 요리를 하겠다고 했다. 노부부는 “소원은 모든 사람이 근심과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이라며 “우리는 정말 못 살았고 항상 부족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노량진에서 제일 못살던 사람”…건물주·경찰·판사 도움으로 버텼다

이무진씨는 본래 직장인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심장병으로 수술을 하면서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아내 이씨와 함께 현재 분식집이 있는 곳 앞에서 노점상을 시작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했던 1979년 이후부터라 하니 분식집을 시작한 1990년대 말까지 20년 넘게 노점상을 했던 셈이다.
노점상은 녹록지 않았다. 엄연한 불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옆에는 “우리 가면 다시 장사하시라”며 단속하는 시늉만 냈던 구청 직원들, “우리 부모님도 노점상으로 나를 키워냈다”며 처벌을 하지 않은 판사, “어쩔 수 없이 단속했다. 죄송했다”며 햄버거를 싸들고 찾아오는 경찰관 등 ‘이웃’이 있었다. 노부부는 당시를 회상하며 연신 “우리가 노량진에서 제일 못살던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노부부는 가장 감사한 사람으로 현재 분식집이 들어선 건물 주인을 꼽았다. 불법이던 노점상을 눈감아준 것도 모자라 인근보다 저렴한 시세로 음식점 공간을 임대했다고 한다. 노부부는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 적이 있는데 떼먹고 도망갔다 했더니 건물주가 차라리 이곳에 들어와 장사를 하라고 했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우린 굶어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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